[K-게임 30조원 시대 열자] 게임 정책, 진흥 위주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게임법 통과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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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하반기 원 구성을 계기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논의에 돌입할 전망이다. 국회에 계류된 주요 게임 관련 법에는 게임 전담 진흥체계 구축, 디지털게임과 특정장소형게임 구분, 민간 자율등급분류 확대, 경품 규제 합리화 등 산업 전반의 규제·진흥 패러다임을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계에서는 심도 깊은 논의와 조속한 처리를 통해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계류 장기화된 게임법 전부개정안, 하반기 재시동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을 '게임문화 및 산업 진흥법'으로 전면 개편하는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게임법이 PC방·아케이드·초기 온라인게임 시대를 기반으로 설계돼 모바일, 글로벌 플랫폼,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변화한 게임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개정안은 게임을 단순 규제 대상이 아니라 문화·산업·기술 융합 콘텐츠로 재정의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디지털게임과 특정장소형게임을 구분하고, 민간 자율등급분류를 확대하는 한편 공공 영역은 사후관리와 불법 유통 대응에 집중하도록 하는 구조다. 게임문화 진흥, 이용자 보호, 연구개발(R&D), 전문인력 양성, 해외 진출, e스포츠 활성화 등 진흥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다수 조항 들이 게임 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법안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게임진흥원 신설을 둘러싼 정부 조직·예산 문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물관리위원회 기능 재편, 아케이드·웹보드·경품 규제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쟁점 조율에 시간이 걸렸다.

조 의원의 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핵심 축으로 삼아 국회에 계류된 게임 심의, 확률형아이템 규제 관련 법안 등 병합 심사를 통해 논의에 속도를 내야할 시점이다.

◇자율등급 확대와 공공 사후관리 재정립 필요

전부 개정안을 통해 주목받는 내용은 등급분류 체계 개편이다. 디지털게임 등급 결정은 민간 자율등급분류사업자가 담당하고, 공공기관은 기준 설정과 사후관리, 직권 재분류·취소·조정 요구를 맡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사전심의 중심에서 자율등급과 공적 사후통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변화다.

현재도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글로벌 플랫폼과 국내 사업자 간 형평성, 사후관리 품질, 재지정 요건, 자료 제출 의무 등 세부 제도 정비 필요성이 남아 있다.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는 자율등급분류사업자의 책임성 강화, 교육·평가지표 마련, 시스템 연계, 재지정 요건 등이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역시 공공기관이 직접 모든 등급을 심의하는 구조보다 기준을 명확히 만들고 사후관리 권한을 실효성 있게 행사하는 체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게임위가 모든 판단을 독점하는 방식에서는 규제기관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산업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간 자율'과 '공공 책임'의 균형을 유지하며 관리 공백을 줄이고 불법 유통 게임, 청소년 유해 콘텐츠, 사행성 우려 게임에 대한 사후조치 권한은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민간 자율 중심으로 등급제를 전환하는 흐름은 게임 산업의 자율성 확대와 성장을 위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디지털게임·장소형게임 분리에 규제 차등 적용해야

전부개정안은 '디지털게임'과 '특정장소형게임'을 분리해 규제한다. 디지털게임은 온라인·모바일·콘솔 등 일반 이용자가 가정이나 개인 기기에서 즐기는 게임을 포괄한다. 특정장소형게임은 오락실, PC방 등 특정 영업장소에서 제공되는 게임을 중심으로 한다.

이 구분은 게임 규제 체계의 출발점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행법은 아케이드 게임 사행화 논란을 거치며 전체 게임산업에 강한 사전심의와 규제 중심 관성이 남았다. 하지만 디지털게임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실시간 업데이트와 라이브 서비스가 이뤄지고, 해외 사업자와 경쟁하는 구조다. 아케이드형 사행성 관리 논리를 디지털게임 전반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개정안은 디지털게임에 대해서는 민간 자율등급분류를 확대하고, 공공기관은 기준 설정과 사후관리, 직권 재분류, 불법 유통 대응에 집중하는 구조를 제시한다. 반면 특정장소형게임은 사행성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만큼 별도 관리체계를 유지한다. 이는 규제 완화와 이용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경품 규제, 완화 필요성

게임업계는 현행 경품 규제가 과거 아케이드 사행화 논란 당시의 규제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용자 이벤트, e스포츠 대회, 온라인 프로모션, 커뮤니티 보상 등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까지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경품 제공 범위를 넓히는 방향을 담았다. 다만, 정부와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사행성 확대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웹보드게임, 확률형 보상, 현금성 자산, 가상자산·유가증권성 보상과 연결될 경우 사행성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후반기 논의를 통해 일정 범위 내 허용, 금액·종류 제한, 사행성 판단 기준 명확화 등 보완책을 논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시행령이나 고시를 통해 경품 금액 상한, 제공 가능 품목, 금지 대상 보상을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전반적으로 게임을 문화로 보고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진흥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방향성과 이용자 보호의 방향성을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며 “경품 제공 규제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진흥원 신설, 우선 보류 가능성... “큰 틀 통과가 우선”

전부 개정안은 문체부 산하에 게임진흥원을 설립해 정책 연구, 산업 통계, 이용자 보호, 인력 양성, R&D, 제작·유통·해외진출 지원, e스포츠 활성화 등을 전담하도록 한다. 현행 콘진원 게임본부와 게임위 기능 일부를 분리·통합해 게임 전담 독립기관을 만드는 구상이다.

그러나 독립기관 신설은 정부조직·예산·기존 기관 기능 조정이 수반되는 사안이다. 단기간에 합의하기 어렵고, 자칫 법안 전체 처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게임 전담기관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기관 형태와 기능 배분을 두고는 문체부와 업계, 기존 기관 간 입장이 엇갈렸다.

가장 큰 쟁점이 된 게임진흥원 신설이 보류 움직임을 보이며, 법안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회에서는 하반기 논의에서는 게임진흥원 신설을 우선 보류하고, 게임법 전부개정안의 다른 핵심 진흥·규제 개선 조항을 먼저 처리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독립기관 문제는 별도 논의 과제로 남겨두되 디지털게임·특정장소형게임 구분, 자율등급분류 확대, 사후관리 체계 정비, 표현 규제 개선 등 시급한 제도 개선부터 입법화하자는 접근이다.

업계에서도 “기관 신설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더라도, 글로벌 기준에 맞춘 규제 체계 개편은 더 늦춰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게임진흥원 신설이 보류될 경우 남는 과제는 콘진원의 게임 진흥 기능 재정립이다. 독립기관 설립이 미뤄지더라도 게임산업 정책 연구, 통계, 해외 진출, 중소 개발사 지원, 인력 양성, R&D 기획, e스포츠 진흥은 강화돼야 한다. 결국 현행 체계에서는 콘진원이 게임 전담 진흥 로드맵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특히 중소·인디게임 지원, 글로벌 플랫폼 진출, AI 활용 개발 환경 구축, 게임 전문인력 재교육, 지역 게임산업 생태계, e스포츠 산업화 등은 개별 사업 단위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법 개정 이후 콘진원과 문체부가 게임 진흥정책을 산업 전략 차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 정기국회가 분수령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하반기 정기국회가 사실상 분수령이다. 주요 쟁점에 대한 국회·정부 간 접점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원 구성 이후 공청회와 상임위 심사를 거쳐 연내 처리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확률형 아이템, 게임 접근성, 이용자 보호, 해외 사업자 책임 강화 등 게임산업과 이용자 권익에 직결되는 다양한 법안이 계류돼 있다. 상당수 법안은 업계와 이용자 모두가 필요성을 인정하는 내용이지만, 논의가 지연되면서 수년째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

게임업계 안팎에서는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비롯해 계류 중인 주요 법안들이 이번 국회 후반기에는 실질적인 결론을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발의와 논의만 반복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일이 반복될 경우 산업과 이용자 모두 제도 개선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은 이미 콘텐츠 수출의 핵심 축이다.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게임산업 총 매출액은 23조8515억원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K게임 30조원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규제 개선과 함께 체계적인 진흥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이도경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26건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게임 이용자 보호 관련, 그중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안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그만큼 게임 이용자들의 피해가 크고, 제도 개선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법안들이 발의만 되고 임기만료 폐기되지 않도록 게임 이용자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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