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고유가 시대, 기업이 갖춰야 할 ‘에너지 역량 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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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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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기업, 특히 중소기업은 에너지를 임대료와 유사한 개념으로 다룬다. 필수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경영진 통제 밖의 비용으로 여겨 왔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시대는 저물고 있다. 에너지 가격과 공급 변동성이 단순 운영비용 문제에서 이사회 차원의 회복탄력성, 전략, 경쟁력 문제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평균 전기요금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뉴저지주(15.6%), 메인주(16.1%) 등 여러 지역에서는 두 자릿수 요금 인상이 나타났다. 텍사스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처럼 규제가 완화된 전력시장에서는 도매 전력 가격이 MWh(메가와트시)당 20∼50달러 수준에서 몇 분 만에 시장 상한선에 가까운 5000달러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해 많은 기업이 자체 발전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민간 공급 계약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리스크를 전력회사에서 기업으로 전가시킬 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에너지가 전형적인 원자재와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도 가격 헤지(hedge·손실을 막기 위한 대비책)나 공급처 다변화, 비용 전가 등 기존의 원자재 대응 전략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선 기존의 원자재 리스크 관리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리스크가 점점 정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요금 체계 개편, 전력 수출 보상 방식 변화, 새로운 설비 용량 메커니즘 도입,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탄소 정책 변화 등이 계약 구조나 자체 발전설비의 경제성을 영구적으로 바꿀 수 있다.

둘째, 에너지 시장이 파편화돼 있다. 미국 내에서도 주별 규제 체계에 따라 전력시장 운영 방식이 다르다. 유럽은 국가와 전력망에 따라, 아시아는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와 정부 개입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셋째, 많은 기업이 구조적으로 헤지에 제약을 받는다. 장기 고정가격 계약, 임대인·임차인 계약, 가격 재조정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비용을 신속히 고객에게 전가하기 어렵다. 올해 1월 1일부터 의무 이행 단계에 들어간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탈탄소화 규제도 추가 제약으로 작용한다.

비용 결정 요인도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 리스크는 가격, 사용량, 공급 신뢰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차원적인 문제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데이터, 운영, 계약, 거버넌스를 포괄하는 ‘에너지 역량 스택’을 구축하는 것이다. 목표는 에너지 가격을 완벽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에너지 인텔리전스를 구축해야 한다. 사업장별 에너지 노출을 세분화하고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에너지가 현금 흐름, 설비 가동 시간, 고객 계약 이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야 한다. 다음으로 에너지 요금을 구성 요소별로 세분한다. 에너지 실제 사용량, 최대 수요, 네트워크 비용 및 기타 요금 항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파악한다. 많은 기업은 전체 비용의 상당 부분이 소수의 피크 시간대나 최대 수요 요금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비용은 총생산량 감소나 막대한 자본 지출 없이 절감할 수 있다.

운영 유연성을 고려한 설계도 중요하다. 유연성 확보의 제약은 대개 기술이 아닌 행동적·조직적 문제인 경우가 많다. 운영 루틴의 재설계가 중요하다. 가령 수요는 높지만 태양광 발전량이 감소하는 늦은 오후나 이른 저녁 시간대처럼 피크 요금이 예측 가능한 경우에는 이에 맞춰 생산 일정, 유지보수 시간대, 배치 공정을 재구성해야 한다. 근무표나 초과근무 규정 변경에는 인사·안전팀이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명확한 지침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헤지와 계약도 비용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규제 대상 기업이나 고정가격 계약을 맺은 기업의 경우에는 비용이 많이 들거나 실제 전기요금 구조와 맞지 않는 ‘완벽한’ 헤지를 추구하기보다는 부분적 헤지와 운영 유연성을 결합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기업에 위협이지만 동시에 경쟁적 기회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뛰어난 가시성, 유연성, 계약 관리 역량을 갖춘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고 선택권을 수익화하며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에너지를 적극 관리해야 할 ‘실시간 시장’으로 바라보는 기업은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경쟁우위를 구축할 것이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고유가 시대, 에너지 비용 관리법’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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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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