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내다본 한미반도체, ALG 개척한 주성…소부장 몸값 올린 CEO들의 '뚝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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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최고경영자(CEO)는 남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개발(R&D)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혁신 기술이라고 판단하면 경기 부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으로 투자를 밀어붙였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반도체 메모리 기술의 핵심 공정이 ‘본딩’이라고 판단해 10년 전부터 새로운 본딩 장비 개발에 자금과 인력을 쏟아부었다. 2017년부터는 SK하이닉스와 공동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필요한 ‘듀얼 열 압착(TC) 본더’ 개발을 추진했다. 2020년엔 마이크로 범프 없이 구리 선을 연결하는 1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도 선보였다. 당시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는 HBM을 틈새시장 정도로 간주할 때였다.

‘오너 2세’인 이종우 제우스 대표도 한발 앞서 HBM 생산에 필요한 첨단 패키징 세정 기술을 축적했다. 10년 동안 개발해 나온 세정 장비가 2017년 처음 생산된 뒤에도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4년 안팎의 시간이 걸렸다. 이 대표는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투자를 계속한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도 혁신 기술 개발에 진심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세계 최초로 공급한 원자층 성장(ALG) 반도체 증착 장비는 1995년 창업 직후부터 30년간 연구한 혁신 기술이다. 창업 직후 양산에 성공한 제품도 과거에 없던 D램 커패시터용 원자층 증착(ALD) 장비다. 황 회장은 반도체 공정 기술을 활용해 태양광과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 태양광, 디스플레이 산업을 깊이 파고들면 핵심 기술은 서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성엔지니어링이 고효율 탠덤 태양전지 설비를 테슬라에 공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회사 주가가 크게 뛰었다.

로봇공학박사 출신인 고광일 고영테크놀로지 대표는 일찌감치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검사 기술이 중요하다고 보고 2016년 미국에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매출의 20% 안팎을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최근에는 반도체 장비에서 쌓은 기술력을 앞세워 뇌 수술 보조 로봇 시장에도 진출했다. 창업 후 24년 만에 고영을 인쇄회로기판(PCB) 3차원 표면실장 기술(SMT) 검사 장비 분야 세계 1위 업체로 키워냈다.

정지완 솔브레인홀딩스 회장은 반도체 소재를 국산화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소부장 수출을 규제하자 고순도 불화수소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이 미리 확보한 고기능성 식각액은 특히 HBM4 양산 국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HBM의 핵심은 D램을 수직으로 뚫어 연결하는 실리콘관통전극(TSV)인데, HBM 단수가 높아질수록 식각·세정 공정 횟수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불황이던 2023년 반도체 박막 증착에 필요한 전구체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기업인 디엔에프를 인수했다.

이준혁 동진쎄미켐 회장은 반도체 회로 형성에 필요한 감광액(PR)을 국내에서 최초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했다. 특히 V-낸드플래시 제조에 사용되는 감광액 기술이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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