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 〈60〉민초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분별의 뿌리로 버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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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조선이란 나라는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야.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단 말이지.

- 영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을 이렇게 평가한다.

수치스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나라의 지도자들은 무능했고, 지식인은 기득권 유지에만 골몰했다. 그러나 그 모든 틈을 메운 건 '백성'이었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어도 나라가 흔들릴 때면, 가장 먼저 들고 일어선 이들은 언제나 '민초'들이었다.

문제는 지금이다. 지도층은 여전히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고, 국민은 점점 분열되고 있다. 과거의 '이상한 힘'은 어디로 갔는가? 받은 것 없이도 나섰던 그 정신은 왜 이제는 침묵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민중은 여전히 강하다. 세계가 인정하는 기술력과 콘텐츠, 민주주의, 시민 의식. 그러나 뿔뿔이 흩어졌다. 동시에, 내부는 갈라져있다. 정치, 세대, 계층, 지역, 성별. 누군가는 “내 편 아니면 적”이라며 대립을 조장하고, 누군가는 “나는 손해 보기 싫다”며 자신의 울타리 안에만 머무른다. 이것은 이기심의 문제가 아니다. '혼란에 의한 단절'이다. 공동체의 감각을 잃은 사회, 서로를 의심하며 자신만이 옳다고 외치는 사람들,

결국 우리는 '국민'이 아니라, '개인들'로 쪼개져버렸다.

국난은 이렇게 다가오는 듯하다. 하지만 이토 히로부미의 말처럼, 조선 백성들은 위기의 순간에 이상한 힘을 냈다. 그 힘은 조직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분노와 자각, 그리고 서로를 위한 연대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 우리는 위기다. 외부의 도발만이 위기가 아니다. 국민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말뿐인 지도자들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기다. 언론은 진실보다 클릭 수를 쫓고, 기업은 이익을 위해 사람을 버리며, 정치는 국민을 선동의 도구로 삼는다. 이 모든 것 속에서 우리는 '이상한 힘'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라 '분별'이다. 무분별한 정보에 세상의 가치관은 갈기갈기 찢겨지고, 정보에 난도질당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 청소년과 청년들은 치명적인 방향 상실을 겪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보다, 무엇이 '핫'한가가 먼저 판단 기준이 되고, 어떤 말이 진실인가보다, 어떤 말이 자극적인가가 먼저 유통되는 사회. 그 속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은 점점 '자신의 생각'을 잃어간다. 정체성을 형성해야 할 시기에, 타인의 목소리로 정체성을 조립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할 시기에,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만 심어지고 있다.

누가 시끄럽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조용히 옳은 말을 하는지 들을 줄 아는 귀. 누가 내 편이냐가 아니라, 무엇이 공동체를 살리는 말과 행동인지를 판단할 줄 아는 눈. '제대로 분별하는 것'은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바로 그 '분별의 힘'이다.

분명 어느 곳에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러한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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