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지난 한달 반 동안 다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중앙은행(Fed) 베이지북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이후 6주 동안 미국 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제활동이 둔화되었습니다.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잇달아 나온 후의 경제동향을 보여주는 첫 번째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 때문인데요. 고용이 정체되고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과 가계 모두 돈 쓰는 것을 조심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또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도 광범위하게 나타났습니다.
Fed는 총 12개 구역을 나눠서 각 지역연방은행이 관할하는데, 12곳 중에 절반은 경기가 둔화됐다고 집계했고 3곳은 변화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경제가 확장됐다는 답변은 시카고, 애틀랜타, 리치먼드 세 곳에 불과했습니다. 뉴욕, 필라델피아, 캔자스시티, 보스턴 등에서 비즈니스 활동이 줄어들거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보고가 잇따랐습니다. 또 모든 지역에서 노동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관세는 총 122번이나 언급됐는데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107번 언급됐던 것보다 더 많이 거론됐습니다. 특히 기업들이 관세 관련 비용이 늘어나는 것에 대응해서 예상 이익률을 낮추거나 각종 수수료를 도입해서 이익률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물가에 대해서는 상승세가 완만하다고 보고서는 평가했습니다. 관세율로 인해 비용이 증가하고 가격인상 수요가 있지만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임금상승 압력이 전체적으로 완화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전체적으로 미국 경제가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여파로 불안정한 모습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 사이에 나온 여러 지표도 썩 좋지는 않은 편이었고요. 미국 서비스업종지수가 1년 만에 5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서비스 PMI 지수는 지난 4월 51.6이었는데 5월엔 49.9로 내려갔습니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세지만 넘지 못하면 위축되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상징적입니다.
민간부문 고용 증감폭을 보여주는 ADP 비농업 고용 수치도 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예측치는 11만이 넘었는데 실제로는 3만7000개 정도 일자리가 생긴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이 수치는 원래도 조금 숫자가 들쑥날쑥하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만, 2년 만에 최저까지 내려간 것에 대한 경계감이 시장에선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SNS에 글을 올려서 파월 의장에 금리인하를 압박했습니다. 민간고용 지표가 안 좋게 나온 것에 대해 파월이 인하를 안하고 늑장을 부렸다고 탓하면서 유럽은 벌써 금리를 아홉 번이나 떨어뜨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시장에서도 경기가 나빠지는 신호가 늘어나면 금리인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파월 의장과 Fed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압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을 듯 합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