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리세력 강화’ 자극
이스라엘과 충돌 확산 위험
MAGA 세력은 공습 비판
“美, 이스라엘 위해 일하나”
아랍국 실리 계산하며 주시
이란 본토를 겨냥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시설 직접 타격은 대외 개입 최소 원칙을 깬 것으로 가뜩이나 요동치던 중동 지정학에 유례없는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2023년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기점으로 이스라엘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정보력을 앞세워 이란의 그림자 세력인 하마스는 물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이어 예멘 후티 반군을 차례로 무력화했다.
이스라엘은 올해 군 최고위급 인사를 암살하는 정밀 공습부터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레바논 ‘삐삐 테러’ 작전까지 개시하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주변 세력들을 제압했다.
이런 가운데 21일 기습적으로 감행된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은 이란에 이들 저항세력의 회복 필요성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저항세력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위협에서 중동을 보호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공유하며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역으로 저항세력을 복원하려는 이란의 움직임에 맞서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겨냥해 다양한 공격을 재개할 수도 있다. 미국의 직접 개입이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에 상대를 향한 더욱 복잡한 공격과 보복 패턴을 만드는 역학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중동 전문가들의 염려다.
미국의 타격 작전이 단행되기 전까지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이란 공습을 자제할 것을 촉구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아랍국들의 태도 역시 향후 중동 정세를 가늠할 중요한 기준점이다.
사우디와 오만, 카타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해 철저히 실리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또 중동 지정학에서 불안정 요인이었던 시리아의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몰락하고 친미와 친서방을 표방하는 알샤라 정부가 들어선 점은 중동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급격히 빠지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 사업을 매개로 안보 부문에서도 이란·시리아와 광범위한 연대 관계를 구축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는 “왜 이스라엘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느냐”는 반발이 나온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 인플루언서인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USA 대표는 “미 공군기지가 이란의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이날 미국의 공습을 앞두고 긴장 완화를 촉구해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21일 푸틴 대통령이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선언해왔다”며 협상을 통한 긴장 해소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긴급 논평 등 형식으로 미국의 개입을 비판했다. 중국 국영 CGTN은 이라크 전쟁을 언급하며 “중동에서 군사 개입이 종종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해 왔음을 역사는 반복적으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중동 내부의 지정학적 변수와 더불어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간 벌어진 진실 공방 등 내부의 크고 작은 불협화음에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개시 하루 전인 20일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버드 국장의 지난 3월 미 의회 발언에 관한 질문을 받고 “내 정보기관이 틀렸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고 말해 주목받았다. 개버드 국장은 3월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대이란 공격 가능성 등 핵심 논의를 진행할 때 개버드 국장이 잘못된 보고를 했고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보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자료를 더 신뢰하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