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체험업은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한옥에서 실제 살아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탄생됐다.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과 정취를 경험하려는 관광객이 몰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분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통 한옥 보존과 더불어 지역 관광 활성화 수단으로 한옥체험업을 채택해 각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관광·상업시설로 용도를 바꿔 존재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서울시도 북촌한옥마을 한옥체험업 지원에 여념이 없다. 2023년 '서울한옥 4.0재창조 추진계획'에 의거해 한옥 수선비, 신축비 등을 최대 6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정책을 신설했다. 최근 한옥체험업 활성화를 위해 한옥체험업 운영 한옥을 신축하거나 수선할 경우 보조·융자금 지원 한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달리 종로구는 다른 입장을 보여 한옥체험업 기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종로구는 최근 한옥체험업 운영 기업 A사의 접수를 거부했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규정된 한옥체험업은 한옥을 활용한 숙박업으로 기준만 맞으면 등록증을 내주는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A사에 한옥체험업 위탁 운영을 맡긴 한옥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미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거나 완료한 이들이 투자 비용을 날릴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옥체험업을 못하면 거주용으로 임대를 해야 하는데 수요가 많지도 않고 낮은 임대료로 인해 투자금에 따라붙는 대출이자 내기가 벅차다.
또 다른 B사의 상황도 심각하다. B사가 한옥체험업으로 운영 중인 한옥이 종로구가 최근 시행한 '레드존'에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종로구는 북촌로11길 일대를 레드존으로 지정했다. 레드존에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통행할 수 있다.
종로구는 한옥체험업 접수 거부와 레드존 시행 등의 이유로 오버투어리즘을 꼽는다. 하지만, 한옥체험업으로 이 곳을 찾는 이들은 한옥에서 숙박을 하고 다른 곳으로 관광을 떠난다. 반대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주로 북촌과 서촌 이외의 지역에서 숙박을 하는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을 구경하러 찾아오는 데에서 비롯된다.
방치된 다수의 노후 한옥들은 한옥체험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되살아 나기 힘들다. 실제로 한옥체험업 전문 기업에 위탁운영을 맡기려는 이들 중 상당수가 높은 비용 등을 이유로 장기간 리모델링을 포기했던 사람들이다. 한옥을 지키는 위해서는 사람이 계속 머물게 하면서 정기적 유지·보수를 통해 관리해야 하는데 이에 가장 적절한 방안이 한옥체험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된 지역에서의 한옥체험업을 규제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한옥은 관광객에게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문화 자산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한옥체험업은 단순한 숙박 서비스부터 다양한 문화 관광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옥체험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다.
음성원 국민대 스마트경험디자인학과 겸임교수 sungwon.eum@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