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위 미끄러지듯 손상 찾는다…KAIST, 복구 효소 원리 규명

18 hours ago 4

UNIST·성균관대 공동연구, DNA 복구 효소 ‘APE1’ 이동 메커니즘 규명
DNA 이동하며 손상 부위 초고속 탐색… 세계 최초 확인
마그네슘 이온·비정형 영역도 역할 밝혀…새 항암제 개발 지원

ⓒ뉴시스
국내 연구진이 DNA 복구 효소가 손상 부위를 빠르게 찾아내는 원리를 규명했다. 암세포의 자가 복구 기능을 무력화하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과 노화 억제 연구의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는 생명과학과 이광록 교수팀이 UNIST 이자일 교수팀, 성균관대 유제중 교수팀과 공동으로 DNA 복구 효소 ‘APE1’이 손상된 DNA를 찾아내는 정밀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APE1은 DNA 손상 부위를 인식해 복구를 시작하는 효소다.

이번에 공동연구팀은 단일분자 실시간 분석기술(FRET)과 분자동역학(MD 등 첨단기술을 결합해 APE1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추적 결과, DNA 가닥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손상 부위를 찾는 ‘1차원 확산(1D diffusion)’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PE1이 무작위로 DNA를 탐색하는 게 아니라 미세한 누수 지점을 찾아내는 지능형 점검로봇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특히 연구팀은 효소 끝부분의 유연한 구조인 ‘비정형 영역(IDR·일정한 형태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단백질 구간)’이 DNA 탐색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비정형 영역은 갈고리처럼 DNA를 붙잡아 APE1이 DNA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검증시험에서 연구팀이 해당 영역을 제거하자 손상 부위를 찾는 능력이 5배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세포 내 다양한 효소반응을 돕는 금속 이온인 ‘마그네슘 이온’이 APE1과 DNA의 결합을 안정화해 효소가 DNA 위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요소라는 점도 규명했다.암과 같은 유전체 불안정성 질환의 발병 기전 연구는 물론 DNA 복구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전략 개발의 기반이 될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지난달 14일 게재됐다.(공동 제1저자/KAIST 이동훈 박사, UNIST 김수빈·성균관대학교 조경필 박사과정)

KAIST 이광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체분자가 비정형 영역(IDR)을 통해 DNA 손상 부위를 빠르게 탐색한 뒤 정형 영역을 통해 정교하게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밝힌 것”이라며 “이 원리는 암세포의 DNA 복구 기능을 무력화하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과 노화 억제 연구의 핵심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대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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