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 국민 이동 데이터로 교통 미래 설계하는 ‘한국교통연구원’

4 hours ago 7
출근길 지하철 승객 수, 고속도로 정체 구간, 대중교통 환승 패턴, 스마트폰 위치 정보까지. 오늘도 수억 건의 이동 데이터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생성된다. 지금까지 교통 정책이 도로와 철도, 공항 같은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하고 활용하느냐가 국가 교통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 발전으로 교통 분야에도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기 때문이다.

AI는 교통량을 예측하고 신호 체계를 최적화하며,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교통(UAM)은 기존 이동 체계를 바꾼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 기술은 양질의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기관이다. 1986년 설립 이후 국가철도망 구축, 고속도로 정책 수립, 인천국제공항 교통 연계 계획 등 국가 교통 인프라 정책을 지원해 왔다. 최근에는 국가교통DB 구축·운영을 통해 전 국민 이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 / 출처=IT동아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 / 출처=IT동아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국책연구단지 내 한국교통연구원에서 IT동아와 인터뷰를 진행한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은 “교통 경쟁력은 더 이상 얼마나 많은 도로를 건설했느냐가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AI와 국가교통DB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필요한 정책과 제도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교통DB로 방대한 정보 분석 및 활용…미래 교통 정책 설계의 핵심 기반

올해 개원 40주년을 맞은 한국교통연구원은 AI 기반 교통관리, 자율주행, UAM, MaaS(통합교통서비스) 등 미래 모빌리티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통정책을 설계하고, 국민 이동권을 보장하는 국가 교통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자산 중 하나는 국가교통DB다. 교통카드 데이터, 내비게이션 데이터, 통신 기반 이동 데이터 등 국민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정보를 수집·분석해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김영찬 원장은 특히 모바일 데이터를 미래 교통정책의 핵심 자산으로 꼽았다.

그는 “교통카드 데이터나 내비게이션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전 국민 이동 패턴을 가장 폭넓게 보여주는 것은 휴대전화에 쌓인 모바일 데이터”라며 “가명화와 익명화 과정을 거친 데이터를 활용하면, 국민의 이동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연구원은 이를 위해 현재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이동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 통신 3사 데이터를 표준화해 보다 정교한 국가 이동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동 데이터는 단순히 교통정책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 간 이동 격차 분석, 교통복지 정책 수립, 생활 인프라 배치, 국토계획 수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김영찬 원장은 “앞으로는 국민 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지역에 교통 서비스가 부족한지, 어떤 계층이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국가교통DB’를 기반으로 다양한 정책 수립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패스 도입 과정에서는 교통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해 월별 이용 횟수와 요금, 지역·연령별 이동 패턴을 분석하고, 예상 이용자 수와 소요 재원을 산정했다. 이 밖에도 지역 간 교통서비스 격차 분석과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생활 인프라 배치 등 다양한 정책 연구에도 국가교통DB를 활용하고 있다.

김영찬 원장은 “데이터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국민 삶을 바꾸는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 / 출처=IT동아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 / 출처=IT동아

AI가 교통의 두뇌가 되는 시대AI는 이미 교통 분야 곳곳에 활용되고 있다. 연구원 역시 교통수요 예측, 혼잡 분석, 사고 위험구간 분석, 정책 효과 시뮬레이션 등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정책 시행 이전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연구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진행,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방식으로 더 나은 선택을 돕는 기술이다. 예컨대 도로 위 차량과 보행자 이동을 디지털트윈 기술로 가상공간에 보기 쉽게 실시간으로 재현해 교통 관제 시인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차량 속도나 간격, 밀도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나 긴급차량 통행과 같은 돌발상황을 더욱 빠르게 감지하고, 대처가 가능하다.

김영찬 원장은 향후 이같은 첨단 기술이 교통 운영 방식 자체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도 AI를 활용한 교통 분석이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교차로 신호 제어와 교통 관제 등 보다 핵심적인 영역까지 AI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도시 전체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AI 기반 신호 제어 시스템을 활용해 교통 흐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으며, 국내 역시 관련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김영찬 원장은 미래 교통 혁신은 AI와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국민이 매일 이용하는 도로 환경 개선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그는 신호등 대신 정지 표지와 양보 규칙 등을 활용하는 ‘표지교차로’ 확대 필요성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김영찬 원장은 “교통량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는 모든 교차로를 신호교차로로 운영하기보다, 표지교차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불필요한 신호 대기를 줄이고, 운전자의 주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며 “교통량과 주변 환경에 맞는 다양한 교차로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래 교통은 AI와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국민이 매일 이용하는 교차로 하나까지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 / 출처=IT동아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 / 출처=IT동아

“자율주행 시대, 기술뿐만 아니라 제도도 중요”

최근 교통 분야 최대 화두는 자율주행이다. 완성차 기업들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실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영찬 원장은 레벨4 수준 자율주행 서비스가 생각보다 빠르게 일상에 들어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기술보다 제도와 책임 체계 마련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차량을 원격 관제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운영 사업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기술이 먼저 들어오고 제도가 뒤따라가는 방식으로는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교통연구원은 자율주행 기술 연구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시대에 필요한 법·제도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기술 상용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사전에 검토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연구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최소 수준 이상의 이동 서비스를 누릴 권리 ‘교통기본권’

김영찬 원장이 최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과제는 ‘교통기본권’이다. 저출생과 고령화, 지역소멸이 심화되면서 단순히 도로와 철도를 늘리는 것을 넘어 국민 누구나 최소 수준 이상의 이동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논의 중인 교통기본법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 교통서비스 수준을 구체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역과 계층별 이동 여건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교통약자와 농어촌 주민들에게 어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김영찬 원장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교통의 본질은 국민 이동권 보장”이라며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국민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연구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 중 하나이며,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와 데이터 역시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이동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기술 발전이 특정 지역이나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원 40주년 한국교통연구원…“미래 모빌리티 설계하는 국가 싱크탱크 될 것”

올해 개원 40주년을 맞은 한국교통연구원은 AI 기반 교통관리와 국가교통DB 고도화, 자율주행·UAM 제도 연구, 교통기본권 확립 등을 향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연구원은 도로·철도·항공·물류·빅데이터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종합 교통 연구기관으로서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김영찬 원장은 “지난 40년이 대한민국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발전시키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40년은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민 이동권을 설계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 / 출처=IT동아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 / 출처=IT동아

그는 이어 “다가올 미래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어 가겠다”며 “앞으로도 국가교통DB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교통의 미래를 설계하는 국가 싱크탱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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