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편집자 김민경, ‘유퀴즈’ ‘살롱드립’ 등 출연
‘민음사TV’ 팔로워 77만...영업이익 72% 성장
85만 틱톡커 ‘쩜’ 소개한 『급류』, 『모순』역주행
유튜브 출연분 팬들 순례...아이돌이 된 출판계 인사
‘텍스트힙’ 대한 비난, 웃음과 유머로 승화
‘*독파민(독서+도파민) 시대 활력을 주는 민음사’ ‘나만 알던 파주 아이돌이 점점 유명해지는 게 신기해요’(‘유퀴즈’ 342회 댓글 中).
지난 5월 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판을 흔들다’ 편에 출연한 김민경 민음사 편집자는 ‘민음사TV’와 토스 유튜브 ‘B주류초대석’으로 ‘북플루언서’ 팬덤을 형성한 데 이어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이어 테오의 ‘살롱드립’에도 출연했다. 독파민의 여왕이 된 이 해외문학 편집자는 지난해 민음사 영업이익을 70% 넘게 끌어올렸다.
*독파민? ‘독서(讀書)’와 ‘도파민(Dopamine)’을 결합한 합성어로 스마트폰·SNS·게임이 주는 자극 대신 책 읽기를 통해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고 도파민을 얻는 것을 말한다.
김민경 편집자와 팔로워 104만 유튜버 ‘찰스엔터’가 출연한 ‘살롱드립’ 6월 2일 방송분은 업로드 2일 만에 조회수 63만 회를 넘겼다. 해당 영상 댓글에는 ‘역시 테오는 주류야’ ‘살롱드립 전회차중 젤 잼있었다 ㅋㅋㅋㅋㅋㅋ’ ‘장도연님 이렇게 기 빨려 보이는 거 처음이에요’ 등의 반응이 달렸다.
“아 민경 편집자님 나만의 작은 개그맨이었는데 이제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 같아서 제가 다 기분 좋아용ㅎㅎㅎ’ 유퀴즈 채널에 달린 댓글이다. 김민경은 올해 환갑을 맞은 민음사가 사상 최대실적을 내게 만든 장본인이다. 일찍부터 ‘민음사 김경식’으로 불렸던 그녀는 ‘파주 아이돌’ 조아란 민음사 마케터와 함께 현재 독파민 열풍을 이끌고 있다.”
편집자들이 멱살 잡고 끌어올린 환갑 출판사 매출
해외문학팀 편집자들은 왜 유튜버가 되었나
김민경 편집자를 처음 본 것은 지난해 11월 금융플랫폼 토스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의 ‘B주류초대석’이었다. 경제를 쉽게 풀어주는 ‘B주류경제학’의 스핀오프 시리즈로, 힙합 프로듀서 허키 시바세키,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드러머 김간지와 함께 어딘가 일반인 같은 그녀가 앉아 있었다. 1회에서 김민경 본인조차 “멤버 구성이 누군가 잘못 꾼 꿈 같다”고 했던 이 조합은 금융 정보에 한정되지 않고 문학, 영화, 만화를 오가며 서로의 취향에 극딜을 박거나 미친 듯 긁고 긁히며 인기가 폭발했다.
‘김민경이 요즘 내 알고리즘을 지배한다’는 목격담이 슬슬 올라오더니 이들은 ‘허간민’이라는 별칭까지 만들어내며 「코스모폴리탄」 화보까지 촬영하며 마니아를 모았다. 1시간~1시간30분 상당 책에 대해 얘기하는 롱폼 영상이 매번 100만, 누적 조회수까지 하면 500만을 훌쩍 넘긴다.
이 셋을 모은 이는 유튜브 ‘민음사TV’에 참여했던 백순도 PD. 2019년 ‘민음사TV’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PD가 토스로 이직해 만든 채널이 ‘머니그라피’다. 서로 상극을 이루는 취향과 사적으로 절대 친해질 리 없을 듯한 셋의 케미는 더욱 무르익어, 민음사 박혜진 편집자까지 합류해 찍은 ‘어둠의 독서클럽’ 영상은 조회수 231만 회(2026년 6월 4일 기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최근 채널 종영을 기념하며 열린 오프라인 토크콘서트 ‘B주류초대석 비밀파티’는 1,500여 석이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김민경 편집자는 이 무대에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함께 이들의 노래 ‘Shining Road’를 함께 불렀다.
인기는 매출로도 이어졌다. 김민경 편집자가 ‘유퀴즈’에서 소개한 세계문학전집 『체호프 단편선』은 곧바로 판매 수치가 올랐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특수가 사라지며, 주요 단행본 출판사의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한강 작가의 책이 1권도 없는 민음사는 최근 매출 23%, 영업이익 72% 성장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대한출판문화협회 ‘2025 출판시장 통계’)는 부분이 특이점이다.
2025년 교보문고 외국도서 베스트셀러 10위권 중 6개도 민음사가 차지했다. 지난 4월 23일 열린 ‘민음북클럽’ 16기 모집은 서버가 다운되며 빠르게 매진됐다. 유료 북클럽 멤버십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다.
“인기 북튜버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책을 만드는 편집자 자체가 ‘북플루언서’가 되어 매출까지 연결시킨 사례는 없었다. ‘알쓸신잡’ 스타일의 ‘쇼양(쇼 버라이어티+교양)’ 콘텐츠를 B급 덕후 스타일로 소화한 ‘B주류초대석’(구독자 77만)과 ‘민음사TV’(구독자 48만)의 강건한 팬덤은 ‘텍스트힙’ 트렌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예능, ‘유퀴즈’·유튜브 재패한 편집자
엄숙함 벗어던지고 전복적 재미로 독자에게 다가가
‘대충 알고 좋아하고 다 알고 싫어하자’. 김민경이 ‘유퀴즈’에서 공개한 자신의 어록이다. ‘B주류초대석’에서도, ‘민음사TV’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취향을 가감 없이 공개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을 소개했던 최근의 ‘세문전(세계문학전집) 독서클럽’ 영상에는 ‘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도합 28년차 직장인들이 업무 시간에 말하는 ‘일’이란’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기존 출판사 유튜브 채널이 엄숙하고 진지하게 작가와의 대화나 인터뷰, 강연이나 북토크 영상을 담던 것에 반해, ‘민음사TV’는 대놓고 전복적 재미를 꾀한다.
‘명문장에 밑줄을 친다’ vs ‘종이를 접어둔다’ 등 독서 습관으로 밸런스 게임을 하고, 세계문학전집을 두고 토너먼트를 벌이는 ‘세문전 월드컵’ 쇼츠 영상을 만드는가 하면 ‘왓츠 인 마이 데스크(What’s in my desk)’를 찍으며 출판사 일상 브이로그를 공개한다. 김민경 편집자가 무뚝뚝한 얼굴로 제품을 툭툭 던지며 소개하는 중국 인플루언서 왕홍처럼 책을 던지며 세계문학전집을 파는 모습이란. 진중함과 엄숙함이란 옷을 벗고, 가볍고 발랄하며 즐겁게, 그리하여 기어이 책을 주문시키고야 마는 출판사 편집자의 탄생이다.
김민경·조아란 씨는 지난 5월 22일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 한편에서, 페스티벌 분위기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유퀴즈’에 앞서 출연한 OTT 넷플릭스 예능 ‘만학도 지씨’에서 그녀는 “만화든, 껌 종이에 적힌 글이든, 과시용 독서든 모두 독서다. 대중이 유행을 만들고 출판계가 따르는 것이 최근 트렌드”라며 “지석진 님의 주식 실패담도 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유퀴즈’에서 김민경은 기자 최종면접서 계속 탈락하며 6년을 백수로 보낸 시기, 자신을 쓰레기처럼 생각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어느 날 정신 차려보니 경력 하나 없는 31살이었다. ‘내 인생 끝났다. 망했다’ 생각이 들었다. 원룸에 가만히 누워 있는데, 150권 모은 세계문학전집이 보였다”며 “결과적으로 그 전집을 낸 출판사의 편집자가 돼 쉴 동안 비교적 돈이 안 드는 취미로 즐겼던 영화, 만화 얘길 맘껏 할 수 있게 됐다.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녀가 6년 백수로 살며 보낸 문화의 향유 경험은 ‘북플루언서’가 되는 토대를 마련했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달과 6펜스’ vs ‘참존가(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오만과 편견’ vs ‘데미안’, ‘자방(자기만의 방)’ vs ‘1984.’ 민음사의 ‘세문전’ 이상형 월드컵 쇼츠 조회수는 무려 243만 회(6월 5일 기준)를 기록했다.
‘탕비실 배 요리대회’는 또 어떤가. 김민경이 유튜브나 방송에서 발군의 끼를 선보인 건 ‘민음사TV’ 채널 시절부터 단련된 그녀의 ‘E(외향적)’ 본능 때문도 있지만 책뿐 아니라 만화, 영화, 고전이나 해외문학 외에 인터넷 밈과 대중문화 커뮤니티에도 그녀가 일가견이 있다는 점 역시 큰 몫을 한다.
“수많은 릴스와 쇼츠에 도파민을 얻어온 자신의 모습에 지친 현대인들이 ‘맑눈광 연반인’ 모드로 보여주는 지식과 웃음에 대해 열광한 게 아닐까. 의미 없는 유튜브 쇼츠와 릴스를 몇 시간씩 보면서 받는 현타를 극복하기에, 지식을 재미있게 쌓을 수 있는 김민경이라는 존재는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을 한데 불러모으는 강력한 자석이 됐다.”
‘민음사TV’의 인기에는 한 달 동안 알베르 카뮈의 평전과 작품을 읽고 대본을 쓰며, 10분간의 유튜브 영상을 잘 찍기 위해 연기학원까지 찾는 편집자 박혜진의 열정도 존재했다. 민음사 ‘세문전 독서클럽’ 영상은 늘 높은 조회수를 보여준다. 세계문학전집의 2025년 판매량도 2024년 대비 30% 증가했다.
유튜브를 타고 날아오른 편집자들은 이제 도서전에서 팬들이 줄을 서 사인을 요청하는 북플루언서가 되었고, 그 브랜딩이 책 판매로 이어지긴 했지만, 그 기본에는 60년을 맞은 민음사의 내공이 자리한다. 1966년 창립된 민음사는 ‘오늘의 시인 총서’와 작가 발굴의 산실이 된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 문학상’을 만들며 출판사 가운데 가장 두꺼운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자랑한다.
민음사는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로 세계전집 시리즈를 시작, 28년 만인 올해 6월, 500권 출간이라는 기록을 세울 예정이다. 꾸준히 쌓아온 데이터베이스를 현대적인 플랫폼을 통해 독자들과 연결하는 방식이 ‘독파민’ 대항해 시대를 이끌며, 침체된 출판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환연(환승연애)’ 왜 보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보면 되지”라고 소개하는 ‘민음사TV’의 영상은 뉴미디어와 결합한 텍스트의 한 예를 보여준다. 교정지, 작가들과 씨름하던 편집자들은 TV와 유튜브로 건너왔고, 구독자들은 고전 문학을 사 읽기 시작했다.
#BookTok, 춤 추며 책 소개하는 그녀를 보는 사람들
유튜브 밈과 OTT·연프까지 확장된 유니버스
내로라하는 출판사와 배우 박정민까지 샤라웃해서 화제가 된 한국 대표 책 크리에이터 ‘쩜’(@April_ten)은 틱톡 88만 팔로워를 지닌 북토커(Bootoker)다. 댄서가 본업인 그녀는 틱톡에서 청소기와 인형이 놓인 자신의 방구석에서 책을 화면 앞에 놓아둔 채 세안 밴드를 낀 잠옷 바람으로 웨이브를 하며 책을 소개한다. 사운드 효과와 짤, 밈을 정확한 편집점에 넣으면서 말이다.
춤 추며 책을 소개하는 88만 북토커 ‘쩜’(본명 신수연)의 쇼츠 가운데 가장 조회수가 높은(349만 회) ‘쩜의 인생을 두텁게 해준 책 3권’ 영상에 등장한 3권의 책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 민음사 ), 『행복한 죽음』(알베르 카뮈 / 책세상), 『궤도』(서맨사 하비/서해문집)는 영상 업로드 직후 판매 순위 1~3위에 차례로 오른다. 자신의 삶을 바꿔놓았다는 책을 춤 추며 소개하는 20초 가량의 영상이 실제로 책 판매율 고공 행진을 부른 것이다.
책을 중심으로 한 참여형 콘텐츠인 ‘BookTok’ 해시태그(#) 게시물은 2025년 1~11월 기준 3800만 건으로 전년 대비 2배 급증했다(출처: 2025년 12월 17일 틱톡 뉴스룸).
틱톡 측은 “이용자들은 단순한 도서 소개를 넘어 리뷰, 리액션, 추천 콘텐츠로 재창작하며 자발적인 참여를 이어가고 있다”며, “북톡 콘텐츠는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 시장 전반으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편집자와 북톡커 외에도 출판사 운영에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는 많다. ‘유퀴즈’와 ‘한컴TV-출판사 무제’를 통해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출판사의 일상과 업무를 가감 없이 공개했던 무제 김아영 이사 역시 온라인에서 셀럽이다. 배우가 사장인 소규모 출판사 이사로서의 ‘웃픈’ 일상과 함께 ‘침착맨’ 회사 김총무와의 연애 대작전 영상으로 유명해졌다.
지난 4월 15일 공개된 침착맨의 ‘모태솔로 김총무 소개팅’은 침착맨과 박정민이 각자 회사의 직원을 소개해주며 시작됐다. 이 ‘연프(연애 프로그램)’에서 ‘침착맨’의 김총무(김태윤)와 ‘무제’ 김아영 이사의 소개팅이 실제 연애로 이어지며 일반인인 출판사 편집자의 연애썰이 연예 뉴스 면을 달구기도 했다. 김아영 이사는 이후 각종 유튜브 채널에 왕성하게 출연 중이다.
숏폼에 지친 사람들, 김애란의 말로 위로받다
‘질문들’ 출연 후 책 역주행...조회수도 수백만
TV나 쇼츠와 친할 것 같지 않은 것은 출판인들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15일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김애란 작가의 영상은 방송 이후 유튜브에서 수십만 회를 기록하며 릴리즈됐다. ‘한국어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가’ ‘문학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연이 아니라, 그냥 문학인들의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라는 댓글이 달렸다.
조회수 29만 회를 기록한 “우리는 왜 김애란을 읽는가”(유튜브 @MBC PLAYGROUND)라는 제목의 미방분 유튜브 영상 속에서 김애란 작가는 그대로 받아 적으면 문학이 될 듯한 어록을 쏟아냈다.
“누군가의 고민·아픔을 들을 때 어떤 말을 삼키거나 주저하거나 짐작하고 헤아리는 찰나가 있다”고 입을 뗀 김 작가는 “유려하고 빠른 AI의 조언보다 인간의 투박한 침묵이 더 위로가 된 적이 있었다. 주저 안에 힘겹게 서 있는 어떤 배려나 품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어떤 진실은, 어떤 고통은 반드시 그 사람이 말하고 싶어하는 속도로 말하고 싶어 하는 분량만큼 전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김애란이라는 문장을 수집하는 시간’ 쇼츠는 조회수 57만 회를 기록했다.
영상이 널리 퍼지면서 김애란의 책들은 차트를 역주행하며 품절대란을 빚었다. 『안녕이라 그랬어』는 예스24에서 전주 대비 판매량이 344.3% 증가, 종합 2위에 올랐다. 마치 하고픈 말을 한 번 더 숙성시켰다가 내뱉는 듯했던 영상 속 그녀의 말은 마치 공중에 글을 쓰듯 또 한 번 감동을 선사했다. 출판 불황과 쇼츠 앞에 ‘힘겹게 서 있는 책에 대한 배려’처럼 느껴졌달까. 사람들이 김애란의 글뿐 아니라 영상 속 말을 통해 위로받은 이유는 무얼까.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 호명사회』(교보문고)에서 또 다른 이유를 찾아본다. “세상의 수많은 정보와 분야가 있지만 무엇인가 하나의 관심이 중첩되는 곳에 모이는 이들의 마음이 포개집니다. (중략)깊은 사고를 한 이가 자신의 고민을 언어로 정제하여 보낸 메시지에 공감한 이들이 함께 모여 저자에게 화답하며 다시 생각을 더욱 발전시킬 때 도반의 주파수는 조화를 이룹니다.”(-『시대예보: 호명사회』 도반,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 p215)
쇼츠와 틱톡만 보고 책은 안 읽는다고?
오해 받은 텍스트힙과 북인플루언서들
지하철을 둘러본다. 모두의 눈길은 스마트폰 화면을 향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텍스트힙’이란 단어는 오히려 유튜브와 틱톡에서 확장되고, 다른 세계로 성장하고 있다. 출판인, 틱톡커, 소설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독서’는 비주류 취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각종 플랫폼을 통해 기꺼이 그 비주류의 최전선 기수가 되어 책을 알리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우리 국민 중 책을 1권이라도 읽은 비율은 38.5%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읽는 행위를 자기 정체성 표현이자 세련된 문화 콘텐츠로 즐기는 MZ들의 ‘텍스트힙(Text-Hip)’ 트렌드는 지속되고 있고, 유튜브와 결합한 ‘북튜브’와 틱톡과 결합한 ‘북톡(booktok)’은 그 선봉에 서 있다.”
최근 북톡커 ‘쩜’, 신수연 작가는 첫 책 『저 재밌는 거 혼자 아는 사람 아닙니다』(콘텐츠 중독자 쩜의 새로운 취향 발견법)(오리지널스)를 펴냈다. 지난 3월 ‘밀리의서재’에서 출간한 전자책이 종이책으로 묶여나온 것이다. 책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책을 ‘책이라는 물체를 좋아하고, 읽는 시간을 좋아하고, 문장을 붙잡고 씨름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이 책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좋아해본 흔적들’(‘프롤로그’ 중)이라고 설명한다.
문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책이 들어있는 에코백을 찍는 이들을 향해 ‘읽지는 않는다’며 텍스트힙을 비난하는 이들도 많다. ‘텍스트힙, 그거 다 허세지?’ 챕터에서 그녀는 춤도, 요리도 사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많은데, 왜 책만 고결해야 하냐며 “우리 모두 허영심에 빠져보자”고 말한다.
“오히려 독서는 동기가 불순해도 오래 버티는 편입니다. 책을 들고 다니다 보면 몇 쪽은 읽게 되고, 몇 문장은 남습니다. 처음엔 사진용이었을지 몰라도, 끝까지 사진만 찍다 마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활자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쌓이면, 결국 내용이 스며들게 되어 있으니까요. 보여주기식 독서면 어떻습니까. 책을 읽는 척하다가 진짜로 읽게 되는 그 틈을 위해 겉멋에 푹 빠져보는 거예요.”(본문 중)
어쩌면 그녀의 말처럼 ‘텍스트힙’이라던가, ‘독파민’, ‘북튜브’ 같은 합성어들은 많이 오해받은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글이 주는 위로, 좋은 책이 주는 감정의 폭은 ‘종이책’을 넘어, 이제는 여러 플랫폼을 통해 전달된다. 송길영 작가의 말처럼 ‘깊은 사고를 한 이가 자신의 고민을 언어로 정제하여 보낸 메시지에 실어 보낼 때’ 그런 일은 유튜브나 TV나 또는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글 박찬은 기자(park.chaneun@mk.co.kr)]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민음사, 각 방송사 및 넷플릭스·틱톡·유튜브 갈무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1호(26.05.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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