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영위한다는 간단한 법칙. 이걸 받아들이기 위해 휴식은 필수다. 스웨덴에서 ‘피카(Fika)’는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간단한 디저트를 곁들이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뜻한다. 우리 다시, 피카 해볼까?
스트레스에 몸살 앓는 대한민국
나는 25년 차 직장인이다. 참석해야 하는 회의가 참 많아졌다. 주간회의 4번, 월간회의 1번, 월간 실적 보고 1번. 월 20일의 근무일수 중 적어도 6번의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 회의의 내용은 모두 숫자와 수치에 관한 것들이다. 이번 주에는 매출에 대해 보고하고, 이번 달에는 목표 달성에 대해 보고하고, 그래서 총 얼마의 이익을 달성했느냐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 마이너스 지표를 기록하면 나는 물론 내가 담당하고 있는 조직에 엄청난 압박이 주어진다. 이게 다 스트레스다.
어느 영국 보험사 조사에서 OECD 국가 중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국가로 한국이 꼽혔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조사에서 한국은 스트레스 지표가 높은 나라 중 하나이며, 실제 행복 지수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이는 현대 한국의 역사가 사회를 채찍질하며 고도의 생산성을 목표로 성장해온 역사임을 시사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많은 이들이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경험해왔다.
과거에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이 상승하고 비교 대상이 선진 국가가 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되며, 이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다. 과거 삶의 지표는 ‘어떻게 더 열심히 일해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잘 쉴 것인가?’를 탐구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에 대한 고민 자체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카는 스웨덴에서 따로 시간을 정할 정도로 중요한 행위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팀 워크를 강화하며,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삶 속의 실천으로 자리잡고 있다. 의도적으로 일의 흐름을 멈추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시간이라는 핵심이 스웨덴의 피카에 담겨 있다.”
‘피카Fika’…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
최근 나는 스톡홀름 출장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종종 듣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피카Fika’라는 말이었다. “우리 피카 할까?”라는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 흔히 사용된다고 했다. 사전적으로 피카는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간단한 디저트를 곁들이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정의된다.
이런 피카 문화가 스웨덴에서는 하루 1~2번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에서도 출근 직후나 점심 식사 후 커피 한 잔 할까라는 말을 쓰긴 하지만 일하다가 갑자기 커피 한 잔을 하자고 하는 경우는 잘 없다. 미팅이나 회의를 제외하고서 말이다. 하지만 스웨덴을 모 회사로 둔 브랜드의 한국 담당자는 “서울 사무실에서 ‘피카’는 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했다. 또한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조직원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휴식이 되는 것이 요점이라고.
피카를 조금 더 깊게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이 시간에 중요한 건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다.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피카는 스웨덴에서 따로 시간을 정할 정도로 중요한 행위이다. 업무 중에도 잠시 멈추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핵심으로, 사회적 연결을 중요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바쁨 속에서 느림과 여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인 셈이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팀 워크를 강화하며, 삶의 만족도를 향상하는 삶 속의 실천으로 자리잡고 있다. 의도적으로 일의 흐름을 멈추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시간이라는 핵심이 스웨덴의 피카에 담겨 있다. 스웨덴의 휴식 문화와 한국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태어나 성장하면서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는 말이 있다. ‘남보다 뒤쳐지면 안 된다’라는 것. 그러니까 입시, 취업, 승진이라는 굴레 속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내내 경쟁 구조에 놓여진다.
북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그런 걸 하지 않아도 기본 생활이 보장된다. 또 경쟁보다는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인식이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다. 이 탓에 한국은 지속적 긴장 상태를 평생 간직하며 살아가는 반면, 북유럽은 누군가와의 비교에 의해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확정적이지 않고, 가늠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를 짊어진 채 살아가는 한국인은 만성 피로와 번 아웃에 대한 많이 논한다. 하지만 북유럽은 망해도 다시 시작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둔 상태이며, 회복 가능한 삶과 공동체 기반의 삶을 중요시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실패라는 단어는 삶 자체를 뒤흔드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북유럽에서의 실패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지된다. 이에 대한 인식론적 차이가 스트레스의 격차를 벌리는 게 아닐까 싶다.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에 오랫동안 녹아있는 휴식 문화를 한번 살펴보고,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에 적용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건 어떨까.
북유럽 휴식 문화 ‘효율보다 삶의 질을 우선’
덴마크의 ‘휘게Hygge’는 또 다른 문화다. 이는 ‘아늑함’과 ‘편안함’을 중심으로 한다. 휘게는 따뜻한 조명, 부드러운 텍스타일,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박한 시간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한 방식이다. 피카와 차이가 있다면, 이는 외부 활동보다 실내에 구축된 환경과 그에 의해 생성된 감정 상태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노르웨이로 넘어가면 ‘프릴루프트슬리브Friluftsliv’라는 문화가 존재한다. 이는 자연 속에서의 삶을 강조한다. 단순한 여가 활동을 장려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자연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삶의 철학이다. 프릴루프트슬리브는 날씨와 계절의 변화와 상관없이 자연을 즐기는 걸 강조한다. 무조건적으로 밖으로 나가는 습관 같은 것이다.
또 핀란드에 가면 ‘칼사리캔니트Kalsarikännit)’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 문화는 완전한 개인적 휴식을 강조한다. 일종의 ‘멍때리기’ 같은 문화라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칼사리캔니트는 집에서 편안한 상태로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회사나 사회 같은 외부의 기대나 생산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칼사리캔니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슬란드다. 여기에는 ‘글룩카베즈르Gluggaveður’ 문화가 있다. 북유럽의 날씨, 특히 겨울은 혹독하다. 그래서 실내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느끼는 아늑함을 즐기는 휴식 문화다. 여기에 따뜻한 음료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
이렇게 간략하게 북유럽의 휴식 문화를 정리해보았다. 피카는 관계를, 휘게는 감정을, 프릴루프트슬리브는 환경을, 칼사리캔니트는 개인을, 글룩카베즈르는 안정을 추구한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북유럽의 휴식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추출되는 건 바로 ‘효율보다 삶의 질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
스웨덴의 피카 개념은 ‘의도적 휴식 시간’을 도입함으로써 적용이 가능하다. 온전히 10분이라도 휴식하며 동료들과 가벼운 일상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보는 것, 그게 우리네 방식의 피카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덴마크의 휘게는 우리 일상에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까? 휘게는 우리가 거주하고 생활하는 공간의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적용 가능한 문화가 된다. 조명이나 소품을 활용해보는 방법이 있다. 그 사소한 변화로도 분위기 자체가 확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밝은 LED 등 대신 백열 간접 조명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노르웨이의 프릴루프트슬리브는? 한국, 특히 서울은 거대 도시다. 우리 주변 자연이라고 하면 서울은 하천을 기반으로 꽤 활용도 높은 자연이 존재한다. 양재천, 홍재천, 중랑천 등등. 인왕산, 북한산, 청계산 등도 멋진 자연이다.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 이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자연친화적 연결을 가져보는 것도 프릴루프트슬리브가 되지 않을까. 중요한 건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자주 접하는 것이다.
핀란드의 칼사리캔니트와 아이슬란드의 글룩카베즈르의 공통점은 완전한 개인 시간의 확보다. 우리는 생산성과 자기계발에 너무 목을 메는 경향을 보인다. 주말이라도 일정 시간을 ‘무계획의 시간’으로 설정해보는 것. 이게 우리네 삶 속에 그 휴식 문화를 적용해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온전한 휴식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의 달성과 사회적, 조직적 인정으로 줄이려 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네 스트레스를 줄여주지 않는다. 북유럽의 휴식 문화는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의 차이를 뛰어 넘어,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을 제시한다. 그들에게 있어 휴식은 일과 업무의 반대 개념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한 필수 요소인 것이다.
특히 스웨덴 라이프스타일이 제시한 짧은 휴식 문화인 피카는 관계 중심의 휴식을 통해 개인과 사회 모두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 삶의 만족도를 높게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더 많이 하는 것’에서 ‘더 잘 쉬는 것’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작정 계속 쉬는 건 휴식 문화가 아니다. 바쁜 와중에 마련한 10분의 여유, 작은 공간의 변화, 짧은 산책,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들. 이 같은 소소한 실천이 삶 속에 지속적으로 축적될 수 있도록 해보자.
사회가 스트레스를 만들어냈다면, 휴식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러니 지금 옆의 동료에게 커피 한 잔 하며 주말에 뭐하며 쉴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길 바란다. 그런 것이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이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일러스트·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8호(26.05.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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