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오징어게임… 한류, 일시적 현상 넘어 주류문화로 영향력”

6 hours ago 1

[K컬처, 해외 석학에게 길을 묻다] 〈2〉 英 킹스칼리지런던 파르도 교수
‘한국’ 배경으로 보편적 메시지 담아… 외국인에게 매우 매력적인 콘텐츠
넷플릭스 유튜브 타고 전세계 확산… 한류 상업화는 다양성의 일부분
‘한국적인 것’ 넘어 글로벌 창작으로… 세계적인 영향력 꾸준히 유지할것

“요즘 한국 드라마는 나올 때마다 거의 항상 세계 넷플릭스 ‘톱 10’ 안에 들어갑니다. 모두가 방탄소년단(BTS)을 알고 있고, ‘오징어 게임’은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죠. 한류가 세계 대중문화의 주류(mainstream)라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봐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국제관계학 교수(45)는 최근 동아일보와 가진 영상 인터뷰에서 이미 K콘텐츠는 영미 작품들과 같은 반열이라고 설명했다. 한류의 인기는 “일시적 ‘현상(Phenomenon)’이 아닌 주류 문화로 접어든 게 명백하다”는 설명이다.

스페인 출신인 파르도 교수는 유럽 내 한국 전문가로 손꼽힌다. 벨기에 브뤼셀자유대에서 한국 이슈를 다루는 ‘한국 석좌’도 겸하고 있다. 2022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출간된 저서 ‘새우에서 고래로: 잊혀진 전쟁부터 K-팝까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한국이 세계적인 문화 강국이 되기까지를 다뤘는데, 지난해 한국어판(열린책들)으로도 출간됐다. 파르도 교수는 “앞으로도 한류는 세계적인 영향력을 꾸준히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K콘텐츠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를 뭐라고 보나.

블랙핑크 최근 개성 있는 솔로 활동으로 주목받는 K팝 걸그룹.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랙핑크 최근 개성 있는 솔로 활동으로 주목받는 K팝 걸그룹.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아티스트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한국 영화를 보면,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보편적인 의미를 담아낸다. 한국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메시지에 세계가 반응하는 것이다.”

―25년 전 초기 한류는 ‘겨울연가’나 ‘H.O.T.’ 같은 몇몇 대박 상품이 주도했다. 지금과 달라진 점은 뭘까.

“솔직히 극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 당시나 지금이나 한국 문화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찾아 나선다는 점이 닮았다. 다만 그때와 비교해 오늘날 팬덤은 규모가 훨씬 커졌다. 연령대도 10대부터 노년층까지 훨씬 다양해졌다. 또 다른 주목할 변화는 K콘텐츠를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지금 한류 팬들은 단순히 콘텐츠 소비를 넘어서,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자 한다.” ―한류가 너무 상업화되거나 획일화됐다는 비판도 있다.

기생충 빈부격차를 그린 봉준호 감독의 블랙코미디 영화. CJ ENM 제공

기생충 빈부격차를 그린 봉준호 감독의 블랙코미디 영화. CJ ENM 제공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K콘텐츠 중 일부는 매우 대중적이다. 하지만 마이너한 것 역시 존재한다. 이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를 들어, 영화 ‘기생충’을 보면 상당히 상업적이다. 하지만 2000∼2010년대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 영화들은 상업성이 옅었다. 드라마도 해외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이 있는 반면, 한국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작품들도 있다.”

―K팝은 어떻게 평가하나.

방탄소년단(BTS) 세계적인 팬덤을 갖고 있는 K팝 보이그룹.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BTS) 세계적인 팬덤을 갖고 있는 K팝 보이그룹. 빅히트뮤직 제공
“K팝은 분명히 (영화나 드라마보다) 상업적인 측면이 짙다. 하지만 그런 만큼 가장 파급력이 강하다. 하지만 BTS를 예로 들어보자. 데뷔 초부터 곡을 직접 썼고, 소속사는 당시 ‘빅 3(SM·YG·JYP엔터테인먼트)’도 아니었다. 이후 스트레이 키즈도 직접 곡을 만들며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다. 블랙핑크 역시 솔로 활동에선 (그룹 때보다) 훨씬 덜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K콘텐츠가 진화하고 있단 뜻인가.

“그렇다. 아이돌들이 만들어지는 공식(formula)을 보면, 2000∼2010년대보다 덜 획일적이다. 다양성 측면에선 과거보다 오히려 상업성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뭣보다 K팝 아티스트 육성 방식을 보라. 아티스트의 정신 건강이나 가족 문제 등 개인적인 삶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지 않나.”

―아직 한류가 아시아와 북미, 유럽에서만 인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선 여전히 덜 알려진 편인 것 같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제한적인 데다 인터넷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선 여전히 주류인 TV나 라디오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 채널을 활용해 K콘텐츠를 알릴 필요가 있다.”

―K콘텐츠에 한국적 요소는 꼭 필요하다고 보나.

미키17 미래 인류의 생존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SF 영화. 워너브러더스 제공

미키17 미래 인류의 생존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SF 영화. 워너브러더스 제공
“이제 K콘텐츠는 세계적인 주류가 됐다. 꼭 한국적인 것을 담아야 한다는 강박에선 벗어나야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을 보라. 출연진이 다 외국인이고, 한국적인 배경도 없었다. 하지만 봉 감독은 분명 한국인이다. 이게 현재 한류가 위치한 지점이다. 한국에서 만들었어도 내용은 완전히 글로벌한 콘텐츠들이 세계인에게 더 큰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 아까도 언급했듯, 다양성이 중요하다.”

―K팝 기획사들도 현지와 협력해 외국인 아이돌을 만들기도 한다.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단지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섰단 뜻이다. 이제 세계 각지에서 K콘텐츠를 ‘창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유럽축구클럽 대항전)을 보라. 어느 나라 선수가 뛰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어느 클럽이 최고인지가 중요하다. K팝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 콘텐츠가 한국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로벌화된 것이다.”

―중국 ‘한한령(限韓令)’ 등 여전히 한류에 민감한 나라들이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외국 문화에 대한 검열이 심한 나라다. 한국이 중국 시장에 맞추려고 콘텐츠를 자체 검열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매력을 잃게 된다. 이는 경제적 손해로도 이어진다. 중국을 너무 의식하기보단 (한류를 좋아하는) 중국 젊은 세대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K콘텐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한류는 이제 너무나도 다양해졌다. 앞으로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특정 장르가 주도하는 형태는 아닐 것으로 본다. 팝과 영화, 드라마부터 문화,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가 각각의 순간에 주목받을 수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