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의 ‘종이의 집’…런던을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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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의 최대 규모 개인전 ‘서도호: Walk the House’가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개막하였다.

이번 전시는 이주하는 인류에게 집, 기억,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현대차의 후원으로 첫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서도호는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무형의 공간을 탐구하는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과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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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후원 새 전시 ‘제네시스展’
5월 1일 런던 테이트모던서 개막
한국 대표 현대미술 작가 서도호
서울·뉴욕·런던 30년 작업 총망라
종이·천으로 만든집 등 신작 선보여
이주 문제 다룬 보편성 공감 얻어
“집은 개인 기억과 공동체를 연결”

서도호의 신작 ‘Nest/s’를 관람객이 감상하고 있다. [김슬기]

서도호의 신작 ‘Nest/s’를 관람객이 감상하고 있다. [김슬기]

홀린 듯이 사진을 찍게 만드는 곱디고운 색의 ‘천으로 지은 집’이 미술관에 들어왔다. 종이와 천. 서도호(63)는 가장 연약하고 섬세한 재료로 우리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집을 짓는 작가다. 행복과 슬픔, 안식과 향수까지. 그 모든 것이 깃드는 장소인 ‘집’은 인종과 성별을 넘어 모두를 위로하는 미술이 됐다.

런던의 가장 사랑받는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에 서도호가 최대 규모의 개인전으로 화려하게 입성했다. 이번 전시는 대형 설치물, 조각, 비디오 및 드로잉을 통해 ‘이주하는 인류’에게 집, 기억,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1일 개막한 ‘서도호: Walk the House’(10월 19일까지)는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전시다. 현대차 후원으로 신설된 서베이 전시(작가의 이력을 심층 연구하는 전시) ‘제네시스 전시’의 시작을 알린 점, 테이트 모던에서의 첫 번째 대규모 개인전이라는 점이 그렇다. 작년 10월 이미래의 터빈홀 전시에 이어, 한국 작가가 1년간 세계 최고 미술관을 장기 점유하는 ‘릴레이 경주’에 성공한 의미도 있다.

현대차 아트랩 최두은 실장은 “제네시스가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의 첫 협력을 2036년까지 이어가게 됐다. 서도호의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초월하는 놀라운 전시를 만나게 되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저녁 런던 미술계 인사 수백명이 운집한 오프닝 행사에서 만난 작가는 “런던은 내 가족이 사는 또다른 고향이다. 가족들 앞에서 대형 전시를 여는 감회가 정말 벅차고 남다르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영국 대표화랑 빅토리아 미로 전속 작가인 그에게는 안방 복귀전이기도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장난기 넘치는 작가의 진면목을 만난다. 입구에는 ‘땡땡이’ 무늬가 점점이 박혀 있다. 졸업앨범 등에서 찾은 수만장의 사진을 벽지로 만들어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 ‘Who Am We? 2000’이다. 300명의 장난감 병정이 조각의 좌대를 지탱하는 그의 대표 키네틱아트 ‘공인들’도 로비를 걸어 다니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작가가 유년기 살았던 한옥집을 종이로 탁본해 재현한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 2013-2022’  [Tate (Jai Monaghan)]

작가가 유년기 살았던 한옥집을 종이로 탁본해 재현한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 2013-2022’ [Tate (Jai Monaghan)]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종이의 집’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가가 유년기에 살았던 전통 한옥이다. 서세옥 화백이 대목장과 함께 지은 한옥은 목재를 어디서든 해체, 운반, 재조립할 수 있다. 전시 제목 ‘Walk the House’처럼 ‘걷는 집’이다. 그는 2013년 집 외부를 종이로 덮고 손으로 문질러 탁본했다. 9개월 간 집과 함께한 종이들은 자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문지르기(rubbing) 작업은 이후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흑연이나 색연필로 건물 표면을 문지르는 노동 집약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Rubbing/Loving’ 연작은 서울집은 물론이고, 1980년 광주항쟁을 성찰하는 공간인 광주 극장도 탁본해 런던에 설치했다.

실제 크기로 제작돼 바다를 건넌 그의 집들은 질감과 형태가 고스란히 재현되어, 극도의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그에게 미술은 만지고, 체험하고, 기억하는 공간이다. 작가는 “내가 관심 있는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일 뿐만 아니라 무형적이고 은유적이며 심리적인 공간이다. 저에게 ‘공간’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야심 찬 새 설치 작품 ‘Nest/s 2024’는 서울, 뉴욕, 런던, 베를린 등 그가 살았던 10개의 집의 방, 복도, 출입구를 하나의 집처럼 엮었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건축이 바느질을 통해 완성된 셈이다. 문손잡이, 전등 스위치, 전기 소켓 등 살았던 집의 사소한 특징을 반투명한 흰색 천으로 지은 런던 자택 속에 빽빽하게 꿰어낸 신작은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거닐 수 있다. 아름다운 색감이 감탄을 자아낸다.

 London, Horsham, New York, Berlin, Providence, Seoul, 2024’ [Tate (Jai Monaghan)]

런던 자택 속에 기억 속의 소품들을 꿰어 만든 작품 속으로 관람객들이 들어가 관람을 하고 있다. 신작 ‘Perfect Home: London, Horsham, New York, Berlin, Providence, Seoul, 2024’ [Tate (Jai Monaghan)]

작년 서울 아트선재센터 전시에서 만났던 런던과 대구의 철거된 20세기 주택 단지의 마지막을 기록한 영상 작업도 상영된다. 런던-서울-뉴욕의 한가운데인 북극에 이상적인 자신만의 집을 짓는 상상을 진지하게 연구해 영상으로 풀어낸 ‘퍼펙트 홈’ 프로젝트도 여전히 진행 중인 경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나빌라 압델 나비 테이트모던 국제미술 수석 큐레이터는 한국과 영국의 바느질 장인, 기술자 등 대규모 인력이 협업한 험난했던 전시 준비 과정을 들려주며 “전시를 통해 우리는 서울에서 출발해 뉴욕을 거쳐 결국 런던에 도착한다. 시간과 장소를 가로질러 우리 또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만나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개인의 기억과 이야기를 뛰어넘어, 우리의 삶과 공동체가 연결된 방식을 탐구한다”라고 설명했다.

런던 김슬기 기자

서도호 작가 [Gautier Deblonde]

서도호 작가 [Gautier Debl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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