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걷는 강남 …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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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 걷는 강남 …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온다

입력 : 2026.01.20 17:12

4월부터 한달간 '리모트 서울'
헤드폰 속 AI음성 안내 따라
120분간 서울 강남 곳곳 누벼
참여자 반응·우발 사건 따라
전개 달라지는 참여형 공연

독일 리미니 프로토콜의 모스크바 공연에서 참가자들이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 안내에 따라 감시카메라처럼 주변을 관찰하고 있다.  GS아트센터

독일 리미니 프로토콜의 모스크바 공연에서 참가자들이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 안내에 따라 감시카메라처럼 주변을 관찰하고 있다. GS아트센터

30명의 사람들이 함께 헤드폰을 쓰면 다음과 같은 음성이 나온다. "리모트 서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내자의 정체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다. 참여자들은 서울 강남 일대를 무대로 AI 에이전트의 지시에 따라 걷다 멈추고, 때로는 뛰어다니며 120분간 도심 곳곳을 누빈다. 4월 4일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오디오 워킹투어 '리모트 서울'이 선사하는 색다른 경험이다. GS아트센터는 독일 연극 집단 리미니 프로토콜과 손잡고 도시를 무대로 삼은 참여형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AI의 지시에 따를지 말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30명의 참여자들이 내린 개별적 판단은 곧 하나의 집단적 흐름을 이룬다. 전 국민이 챗GPT나 그록 등 AI에게 판단의 방향을 묻는 오늘날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리미니 프로토콜은 2000년 헬가르트 하우크, 슈테판 케기, 다니엘 베첼이 결성한 연극 집단으로, 배우 중심의 재현보다는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과 상황을 무대 위로 옮기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배우가 아닌 일상의 전문가들을 공연 주체로 삼는'다큐멘터리 연극'을 표방한다.

리미니 프로토콜은 무대 바깥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온 인물들의 경험과 언어를 공연의 재료로 삼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결된 대본을 제시하기보다, 하나의 상황과 규칙만을 느슨한 프로토콜처럼 설정한다. 공연은 이 틀 안에서 관객과 참여자들의 선택, 반응, 우발적인 사건들에 따라 매번 다른 형태로 완성된다.

'리모트 서울'은 다큐멘터리 연극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30명의 참가자는 헤드폰을 착용한 채 도시로 나서고, 이제는 익숙해진 AI의 TTS(Text-to-Speech) 음성 안내를 받는다. 이 작품은 이른바 '1인 1 AI 에이전트의 시대'를 배경으로 AI와 빅데이터 그리고 인간의 예측 가능성을 다룬다. 집단의 결정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AI의 판단을 따를 때 그것을 과연 '나의 결정'이라 할 수 있는지를 공연은 묻는다.

리미니 프로토콜은 10여 년 전부터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다큐멘터리 연극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아왔다. 2013년 베를린 공연에서 관객들은 교회에 들러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고, 지하 아케이드의 전쟁 전략 게임 피규어 상점 앞에서 전쟁과 폭력을 사유했다. 아비뇽 공연에서는 묘지를 거닐며 낯선 이들의 죽음과 그들이 생전 어떤 삶을 살았을지를 상상하는 동선이 포함됐다.

리미니 프로토콜은 국내에서도 작업을 이어왔다.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 제작으로 선보인 '100% 광주'에서는 통계에 따라 선발된 100명의 시민이 무대에 올라 도시를 구성했다. 2024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는 '이것은 대사관이 아니다'를 통해 외교와 국가의 개념을 연극적으로 다룬 바 있다.

이번 '리모트 서울' 공연이 서울 강남이라는 장소에서 어떤 동선과 장면으로 구성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100% 광주'를 위해 한 달간 광주에 체류하며 한국 현대사를 조사해왔던 리미니 프로토콜이 금융과 소비, 속도와 효율의 상징처럼 여겨져온 강남을 어떻게 해석할지 관심을 모은다.

'리모트 서울'은 GS아트센터기 2026년 시즌 기획의 일환으로 마련한 작품이다. 공연은 서울 강남 일대에서 진행되며, 정확한 출발 지점과 이동 동선은 참여자에게 개별 안내된다. 현재 예매가 진행 중이며, 세부 일정과 참여 방식은 GS아트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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