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
오드리 탕 前 대만 디지털장관
“AI, 방어자보다 공격자 더 키워… 능력 대신 안전성 경쟁 우선해야
알고리즘 중독-정치 양극화 유발… 기생AI 벗어나 집단지성 발휘를”
IQ 180 해커 출신 ‘위험성’ 경고
지능지수(IQ) 180의 천재 해커이자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여성, 최종 학력은 중학교 중퇴, 35세에 파격 발탁된 대만 역대 최연소 장관. 이 같은 이력을 가진 오드리 탕 전 대만 디지털장관(44)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AI 시대의 사이버 보안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 “민주주의를 AI에 아웃소싱할 수 없어”
탕 전 장관은 스스로를 디지털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시빅 해커(civic hacker)’로 소개했다. 동시에 AI 기술이 가져온 위험성을 경고했다. AI 발전이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는 방어자의 능력을 강하게 하기보다 공격자의 능력을 훨씬 더 향상시킨다”며 “AI를 활용해 취약점을 찾는 것은 쉽지만, 취약점 없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또 “AI 능력 경쟁보다 안전성 경쟁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대만은 2300만 명의 소규모 인구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강국으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한국과 공통점이 많다. 대만에는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인 TSMC가 있고, 한국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굴지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있다. 탕 전 장관은 “한국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지배력은 글로벌 AI 가치 사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탕 전 장관은 대만 정부의 사이버 특사로 해외 각국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AI 시대 시민들의 역할과 관련해 “우리가 직면한 민주주의 과제를 AI에 아웃소싱할 수 없다”며 “사람들이 AI를 다루는 글로벌 규범을 스스로 만드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알고리즘으로 정치 양극화… ‘기생 AI’ 벗어나야 2022∼2024년 대만 초대 디지털장관을 지낸 탕 전 장관은 자신이 이룬 성과로 ‘투명한 정부’를 꼽았다. 그는 “정부 예산과 정책 조언, 심지어 회의 녹취록까지 공개해 시민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탕 전 장관은 2014년 당시 집권당인 대만 국민당의 친중 기조에 반발한 청년 중심 반정부 시위인 ‘해바라기 운동’이 일어났을 때 시민 해커 단체인 ‘g0v(거브 제로)’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실시간 시위 중계 등으로 힘을 받은 해바라기 운동은 국민당이 다음 선거 때 패해 진보 정당인 민진당에 정권을 내준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부모님이 모두 언론인이라는 탕 전 장관은 지난해 말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만드는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를 짚었다. 그는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더 극단적인 것을 밀어넣고 중독시키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미워하게 만든다”며 “마치 햄스터가 더 빠르게 쳇바퀴를 돌면서 방향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기생(parasitic) AI’라는 표현도 내놨다. 사용자들을 콘텐츠에 강제로 노출시키는 AI 기반 알고리즘과 중독 메커니즘, 양극화 유발 등이 마치 기생충과 같은 사회악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치적 양극화를 치유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며 “기생 AI에서 벗어나 집단 지성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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