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대학, 학과 중심 구조에서 문제 중심 생태계로 바뀌어야”

“AI와 경쟁할 것인지, 협업하고 보완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27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2025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대학총장세미나’ 이틀째 강연에서는 대학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가르치는 방법은 물론 그 구성완과 지배 구조 등 모든 것을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성준 서울대 빅데이터 AI 센터장은 “AI는 인문학 전문가보다 에세이를 더 잘 쓰고, 디자이너가 수일 걸리는 시안도 수 분 내 완성할 수 있다”며 “기존의 교육만 받은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AI와 경쟁하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학교에서는 AI가 못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적 사고 △창의성 △융합적 사고 △협업·리더십 △메타학습과 적응력 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조 센터장의 생각이다. 조 센터장은 “예컨대 기후 문제는 화학과, 정치학과, 소비자학과 등이 모두 걸쳐 있는 이슈”라며 “대학이 학과 중심 구조에서 문제 중심 생태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이 ‘평생교육 기관’으로서 사회인까지 교육할 일이 많아지기에 기존의 위계적인 교수 중심 문화를 벗어나 학생부터 지역사회·동문 등 다양한 결정권자가 함께하는 구조로 바뀔 필요가 있고, 교수의 역할 역시 연구 실적보다 멘토링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송길태 부산대 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장 역시 ‘LLM 시대의 대학: 혁신의 기회 윤리의 도전’이라는 주제발표에 나서 “AI 시대에 교수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에서 벗어나 학습의 설계자이자 코치,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성형 AI가 이제 단순한 질의 응답을 넘어 학습자의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습 계획과 커리어 등을 설계해줄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AI로 인해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는 것이 송 센터장의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소수자들보다 남성, 백인, 영어권 등 주류의 데이터에 쉽게 노출되다보니 오히려 교육 현장에서 불균형을 만드는 도구로 오용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송 센터장은 “대학이 선도적으로 AI 윤리교육을 설계하고 실천해 윤리적으로 AI를 다룰 수 있는 시민을 키워야 한다”며 “앞으로는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편향 등이 핵심적인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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