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돌봄의 질 높일 수 있어…노인들 AI 이해도 높여야”

7 hours ago 2

페드루 콘세이상 UNDP 국장 인터뷰

페드로 콘세이상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보고서국 국장이 19일 오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본보와 AI 기술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페드로 콘세이상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보고서국 국장이 19일 오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본보와 AI 기술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인공지능(AI)은 고령화 사회에서 고독 등 고령층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노인이 AI를 친숙하게 느끼고, AI에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이해도를 높여야 합니다.”

페드루 콘세이상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보고서 담당 국장은 19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 활용과 관련해 국가들 사이에서 불평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불평등이 생길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UNDP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사회적 발전을 위한 지원을 총괄하는 유엔 산하 기구다.

●“고령화로 경제성장 둔화되면 ‘삶의 질’ 하락할 수도”

포르투갈 출신인 콘세이상 국장은 인간개발지수(HDI)가 담긴 유엔 인간개발보고서를 총괄하는 주 저자다. HDI는 각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 기대수명, 교육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산출한 지수로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1990년부터 발간된 인간개발보고서는 개발 정책에서 이른바 ‘참고서’ 역할로 평가되며, 개발에 대한 관점을 경제성장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사회개발로 전환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공대 교수 출신인 콘세이상 국장은 이날 UNDP와 외교부가 공동 주최한 2025 인간개발보고서 국내 발간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콘세이상 국장은 AI를 요양보호사 보조 등으로 적절하게 활용하면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힘들고 반복적인 업무를 AI에 맡기면 요양보호사 등은 돌봄이 더 필요한 다른 노인에게 집중할 수 있다. 돌봄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 대해선 고령화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를 우려했다. 콘세이상 국장은 “고령층이 늘고 투자가 줄어 경제 성장률이 둔화된다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감소할 수 있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 수치인 HDI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발표된 2023년 기준 한국의 HDI는 0.937로 193개국 중 20위를 기록했다. 1위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와 스위스가 공동 2위였으며, 아시아에서는 홍콩(8위), 싱가포르(13위) 등이 상위권을 기록했다.●“AI로 계층-세대 간, 국가 간 불평등 심화 우려”

콘세이상 국장은 “AI가 가진 잠재력을 잘 활용한다는 조건 하에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경우 전문 지식에 대한 접근을 쉽게 만든다”며 “저소득 국가들이 이를 잘 활용할 경우 국가 간 격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저소득 국가들이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이용하기 위한 인프라가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디지털 격차가 존재하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거나 전기 공급이 되지 않는 지역들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AI로 인해 국가 간 불평등뿐만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계층이나 세대에 따라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콘세이상 국장은 “모든 사람이 AI를 활용해 자신들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하다”며 “특히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을 사회보장제도로 보호하면서 직군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로 정치적 분열 증폭…한국 리더 역할 해 주길”

AI가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사람들이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설계부터 배포까지 AI 유통 전반에 걸쳐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이 AI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전 인류의 삶의 질 개선 속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2021년에 걸쳐 둔화했다. 콘세이상 국장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위기에 국제 사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한 국가 내부의 정치적 분열과 국가 간 반목이 증폭되면서 자국의 이익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I의 발달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이 이제는 국제 사회에서 당당한 리더의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콘세이상 국장은 “저소득 국가들이 챗GPT 등을 잘 활용하려면 전력 공급이나 케이블 설치 등 관련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며 “한국이 국제 사회의 공통 당면 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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