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단백질 설계, 바이러스 비밀 풀었다

13 hours ago 2

포스텍-美 노벨상 수상자 공동연구
단백질이 만들어내는 축구공 구조
AI로 유사한 인공형태 조립에 성공
몸속 맞춤형 약물 운반체 활용 가능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다국적 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공 단백질 구조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상민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처럼 스스로 조립되는 단백질 구조 설계 원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최근 바이오·의학 분야에서는 암 치료제나 유전물질을 몸속 원하는 부위까지 정확하게 전달하는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 것이 ‘단백질 나노케이지’다. 단백질 나노케이지는 단백질로 이뤄진 속이 빈 구조체다. 내부가 비어 있기 때문에, 약물이나 유전물질 등 치료 물질을 그 안에 담아 원하는 위치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초소형 운반 캡슐’처럼 이용된다. 세포 속 ‘택배 상자’로도 비유된다.

그동안 단백질 나노케이지를 설계하는 기술은 ‘완벽한 대칭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돼 있었다. 이 때문에 단백질로 만들 수 있는 구조체의 크기가 제한적이고 형태도 단순하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연구진은 자연계 바이러스가 거대한 껍질 구조를 만드는 원리에 주목했다. 바이러스는 단백질의 위치와 각도를 조금씩 다르게 배열해 축구공 같은 둥근 구조를 만들어낸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껍질이 커지는 핵심이 단백질 블록 사이의 ‘각도’와 ‘휘어짐’에 있다고 봤다. 단백질이 너무 평평하게 배열되면 구조가 완전히 닫히지 않고, 반대로 지나치게 휘면 작은 구조밖에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단백질 3개가 뭉친 ‘삼량체’를 기본 블록으로 삼고, AI 기반 단백질 설계 도구를 활용해 새로운 연결 구조를 설계했다. 같은 단백질이라도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각도로 맞물리도록 만든 것이다. 축구공 표면이 오각형과 육각형 조각으로 이뤄진 것처럼, 단백질들도 서로 다른 배열을 이루며 거대한 돔 형태의 껍질을 스스로 조립하도록 한 셈이다.

이로써 인공 단백질만으로 바이러스와 비슷한 거대한 구조체를 구현했다. 연구진은 향후 이 기술이 암 치료제나 유전자 치료제를 몸속 특정 부위까지 정확하게 전달하는 ‘맞춤형 약물 운반체’나 차세대 백신 플랫폼 개발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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