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짓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수도권 지역 데이터센터 설립 허가 기준을 높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준 강화로 증설을 계획한 수도권 데이터센터는 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싶어도 개별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미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수도권에 불리한 평가 기준
1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운영에 관한 규정’을 행정예고했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전력을 대량(10㎿ 이상)으로 소비하는 데이터센터 등이 들어설 때 전력망에 무리를 주는 것은 아닌지 사전에 평가하는 제도다.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전기를 받아 쓸 수 없어 사실상 데이터센터 설립 허가로 통한다.
정부는 2년여간 시범 운영하던 이 제도를 이번에 고시를 제정해 정식 도입하기로 하면서 평가 기준을 더 엄격하게 설정했다. 기존에는 100점 만점에 지역에 관계없이 70점을 넘으면 됐지만, 이번 고시에선 수도권의 합격선을 75점으로 높였다.
평가 항목도 설립 지역이 수도권이면 불리한 경우가 많다. 설립 지역의 전력 공급이 여유로운지, 자가 발전 등을 통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등 기술적 평가 항목은 물론 지방재정 기여도(배점 5점)와 전력 정책부합도(배점 10점) 등 수도권일수록 불리한 비기술적 평가 항목도 다수 포함됐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국가 정책기여도(배점 10점) 항목은 국토 균형발전 기여 정도 등 정성적 요소를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업계에선 이런 평가 기준으로는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설립 허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비상이 걸린 곳은 증설을 계획하던 수도권 데이터센터다. 기존 데이터센터를 증설해 전력 사용량이 10㎿를 넘어가면 이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 지방 가도 지역 전기 싸게 못 사
기후부는 해당 고시의 상위법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제정 취지가 데이터센터 등 전기 소비량이 많은 시설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인 만큼 평가 제도 방향도 이렇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상당수는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데이터센터 161곳 중 서울과 경기, 인천에 자리 잡은 데이터센터는 101곳(62.7%)이다. 전국에 있는 전체 데이터센터의 계약전력(2669㎿) 중 수도권 데이터센터(2100㎿)가 차지하는 비중은 78.7%에 달한다.
다만 데이터센터 신규 설립을 준비하는 업체들은 강원, 충청 등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짓더라도 해당 지역의 석탄발전소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등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없다. 2024년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송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송전 제약 지역에선 발전소 근처에 있는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 등이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돼 있다.
하지만 기후부는 PPA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규정할 고시를 2년 넘게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지방 데이터센터가 화력발전소와 PPA를 맺는 것을 우려한 기후부가 고시 제정을 미루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전기를 많이 먹는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지으라고 등을 떠밀면서도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싸고 안정적으로 구매할 길은 막아놓고 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데이터센터산업연합회는 회원 의견을 취합해 이달 행정예고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박종관/김리안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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