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업무에 열심히 활용했더니…내 일자리 없어질 판? [김대영의 노무스쿨]

2 days ago 3

AI로 HR 분야 감원 칼바람 전망
HR 담당자 90% "AI, 업무 활용"
잡무 시간 줄여 중요업무 집중
AI 교육 필요분야로 'HR' 지목
'AI 이력서' 쏟아지자 AI로 대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인적자원(HR) 분야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자 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당장 가시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HR 담당자들에겐 AI를 활용해 오히려 업무 전문성을 키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HR 담당자 10명 중 9명 "AI, 업무에 활용"

24일 자인원이 운영하는 HR 솔루션 '에이치닷'에 따르면 기업 HR 담당자 960명 중 90.6%는 업무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9.4%만 AI를 쓴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AI를 활용했다는 HR 담당자들 중 37.9%는 '업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용했다. '최신 트렌드·호기심' 때문에 사용했다는 응답(38.7%)이 가장 많았지만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는 답변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가장 많이 사용한 AI 모델은 오픈AI의 '챗GPT'였다. 79.5%가 챗GPT를 사용했다고 답한 것. 네이버 클로바는 30%,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은 22.2%로 나타났다. 이어 뤼튼테크놀로지스 뤼튼 20.6%, 구글 제미나이 16.8% 순이었다. AI 모델을 두 가지 이상 사용했다는 응답자가 527명으로 한 가지만 사용한 담당자 수(335명)보다 많았다.

에이치닷은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는 면접 준비, 채용 공고 작성, 온보딩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유용하다"며 "클로바와 코파일럿은 업무 지원이나 직원 교육 자료 제작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I, HR 일자리 감소" 전망에 AI로 돌파구

하지만 AI가 HR 분야에 '감원 칼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단 전망이 힘을 얻자 불안감도 감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지난해 7월 각국 기업 관계자 1400여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46%가 생성형 AI로 HR 분야에서 3년 안에 3% 이상 규모의 인원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에도 HR 담당자들은 오히려 AI를 적극 활용하면서 업무 역량과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AI는 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쓰였다. AI로 작업 시간이 줄면서 전략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응답자 중 61.1%(복수응답)는 리서치 등 자료조사 업무에, 46.5%는 데이터 분석이나 보고서 작성에 AI를 활용했다.

직무기술서 작성(23.5%), 직원 교육·훈련(14.7%), 지원자와의 의사소통(10.5%), 성과 평가(8.4%), 인력 배치·관리(5.9%)에도 사용됐다. 한 HR 담당자는 에이치닷을 통해 "AI를 사용해 HR 리스크 관리를 크게 개선했다"며 "직원들의 근태, 조직 문화, 노무 이슈 등 다양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HR 부서에 AI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업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직장인 852명을 조사한 결과 20.8%가 HR 직무에 AI 교육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업기획(37.3%), 마케팅(36.6%), 정보기술(IT, 21.8%)에 이어 네 번째였다.

HR 분야에서도 최근 들어 활용도가 주목받는 업무 영역으로는 채용 과정이 꼽힌다. 채용공고와 직무기술서를 작성할 때 활용하기 용이한 데다 입사지원서를 분류하는 과정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어서다.

'AI 이력서' AI로 거르기도…"HR 전문성 키울 기회"

최근 AI로 작성된 이력서가 쏟아지면서 이를 AI로 걸러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HR 플랫폼 리모트는 전 세계 기업 리더·채용 결정권자 4126명을 조사했는데 73%가 지난 6개월간 AI로 작성된 이력서에서 허위 정보를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참여한 300곳 이상의 한국 기업 중 약 22%는 인재 선별을 위해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욥 반 더 부르트 리모트 최고경영자(CEO)는 "구직자들은 AI 기반 도구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고 이력서 접수 시 '빠른 지원' 같은 기능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이력서가 대량으로 접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많은 기업이 이런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AI 기술이 접목된 HR 솔루션 도입 등으로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HR 담당자들이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 발달로 HR 분야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충분히 설득력을 갖고 있고 가능성도 충분하다"면서도 "통상적으로 HR에서 해왔던 잡무를 AI로 대체하고 전략적 판단이나 기획과 같이 더 중요한 업무 영역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HR 담당자들에겐 과제이자 기회"라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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