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민간기업의 AI 투자와 우수 인재의 AI 분야 진출을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에는 더 무게를 실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토터스 미디어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인프라, 운영환경, 정부 전략 등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AI 산업에 기여할 인재와 산업 생태계는 각각 13위, 17위로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은행도 우리나라 AI 인력의 해외 유출 비중이 약 6% 높고, 해외 근무 국가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고 진단했다. 고급 인재가 높은 대가를 받고 해외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막기는 어렵고, 대신에 시장에서 필요한 인재를 더 많이 양성하는 게 숙제로 떠올랐다.
정부 주도의 인재 양성, 실무 인재보다 학계 인력에 초점 맞춰져
현재 우리 정부의 AI 인재 양성 사업으로는 생성AI 선도인재양성사업, 인공지능혁신대학원 사업, AI 융합대학 사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생성AI 선도인재양성사업의 경우 국내 생성형 AI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지원 사업이고, 나머지 두 사업도 인재 양성보다는 AI 관련 학업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학계가 AI 산업의 핵심이긴 하나, 산업 현장에서는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하는 실무형 인재를 원한다.

캐럿글로벌이 발표한 2026년 한국기업 AI 활용 현황에 따르면 1000인 이상 대기업들은 대규모 공채 대신 필요한 인력을 소규모 혹은 수시 채용해 필요한 인력을 즉시 구인 중이다. 91.2%의 대기업이 AI 교육을 진행 중이고, 국내 기업의 76.3%도 교육을 마련하는 상황이다.
한국표준협회도 84.4%의 기업이 대규모 채용 대신 실무 인원 채용을 선호하며 스펙보다 실무 프로젝트 경험과 협업 태도, AI 기술을 채용의 기준으로 꼽았다. 또한 당장 필요한 인재에 대한 질문에 58.9%의 기업은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 분석가를 꼽았고, 35.9%가 AI 모델 기반 SW 개발자, 34.7%는 AI 모델 개발자, 25.5%는 AI 모델 적용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정부가 AI 학술 인력을 양성하는 사이, 현장에서는 기존 인력이 AI 모델을 업무에 적용하고, 해석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나서고 있다.

K-디지털 훈련, K-디지털 트레이닝 등 AI 인력 양성 지원 사업 등 실무형 AI 인재가 양성되고는 있으나 기초지식의 한계나 동일한 교육 커리큘럼 등으로 인해 다양한 업무 현장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삼성의 SSAFY나 LG의 Aimers, KT의 에이블스쿨(AIVLE School) 같은 기업 주도의 AI 교육, 지원 사업이 별도로 진행되는 것도 정부주도형 실무형 교육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함이다.이익 창출이 우선인 기업, 인력 구조조정 혹은 교육에 집중
문제는 AI가 이미 전 세계 IT 산업의 인력 구조를 강제로 개편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니어 개발자 채용이 줄어들고, 몸값이 비싼 시니어 개발자의 AI 교육 후 재배치되는 추세다. 주니어 개발자들이 맡는 단순 테스트, 기능 구현, 정형화 코드 작성 등은 AI가 대체하고, 도메인 지식과 풍부한 판단력을 갖춘 시니어 개발자가 AI 교육을 거쳐 광범위한 작업을 소수의 인원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주니어 개발자 두세 명의 몸값보다 시니어 개발자 한 명에 AI를 붙이는 식이다. 이에 다라 IT 기업의 인력 구조도 피라미드형에서 다이아몬드 혹은 항아리형이 되어가고 있다.오라클은 올해 초 클라우드 관리 및 유지보수 자동화를 명목으로 3만 명에 달하는 인력을 정리했고, 메타 역시 2023년 ‘효율성의 해’ 선언 이후 계속 인력을 줄이고 있다. SAP 역시 2024년부터 지금까지 1만 여 명 이상을 구조조정 했고, 전사적 트랜스포메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전사적 자원관리(ERP) 인력은 줄이고 생성형 AI 전문가 및 비즈니스 AI 통합 전문가를 늘리고 있다. IBM은 역으로 신입 채용을 세 배 확대해 주니어 개발자를 고급 인력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인력 정리가 쉬운 미국의 임의고용 원칙 등이 AI에 따른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근로자 해고가 어려워 기존 인력을 AI 교육 후 재배치하거나 고도화하는 것이 방향이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 LG그룹은 국내 최초로 AI 석·박사 인재를 양성하는 ‘LG AI대학원’을 개원해 LG그룹 임직원에게 실제 학위를 수여한다. LG AI대학원은 산업 현장의 난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며, 박사 과정에 SCI(E)급 논문 게재를 졸업 요건으로 두는 등 까다로운 졸업 기준을 걸었다. 또한 전 계열사 임원의 AI 전환 캠프, 계열사별 AI 실무 교육 등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4년부터 생성형 AI 파워유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생성형 AI에 대한 이해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다루는 1~2단계 과정은 전 임직원이 수료했고, 직접 생성형 AI를 업무에 적용하는 실무 전문가 과정도 자체 구축해 운영 중이다. 또한 삼성리더십센터를 통해 AI 전문 사내 강사, 교육 담당자 등을 양성해 전사 AI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AI 도입, 가능한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으로 진행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AI 전환을 진행 중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접근법을 만들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국비 지원 AI 교육은 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 등에 대한 기초 역량 교육과 딥러닝 및 머신러닝 등 AI 모델링, 그리고 기업 연계형 프로젝트나 LLM 활용 서비스 개발 등 정해진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는 인프라, 데이터, 활용 환경 등이 제각각이고, 어떤 데이터를 어떤 AI로 승화해야 할지, 또 임직원들에게 이것을 어떻게 교육할지 갈피조차 잡기 어렵다.

AI 개발에 막대한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경우, 그리고 전문 개발자 대상의 교육, 실무 중심의 AI 인재 양성이 목적이라면 결국은 렛서의 에이블캠퍼스와 같은 전문 교육 그룹이 관여하는 게 정답이다. 렛서는 자체적인 AI 개발 능력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AI를 기획 단계부터 설계, 도입까지 제공하는 전문 개발사다. 지난해부터는 300여 곳 이상의 도입사례와 전문가 그룹의 역량을 바탕으로 직접 기업 내 개발자들을 위한 고급 AI 전문 교육 그룹인 ‘에이블캠퍼스’도 운영 중이다. 이미 국내외에도 여러 AI 교육 그룹이 존재하나, 에이블캠퍼스는 현직 AI 전문가들이 직접 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렛서 해커톤으로 들여다본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AI의 형태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AI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구축할까? 최근 렛서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해커톤을 살펴보면 윤곽이 보인다. 1번 팀은 기업 교육, 컨설팅 제안 시 PPT 포맷과 구성이 비슷하나 매번 새로 구축해야 하는 문제에 AI를 도입했다. 고객사의 배경을 파악하는 점, 교육 설계자의 역할인 커리큘럼 설계와 컨설턴트의 역할인 제안 스토리 구성은 AI가 분리해서 진행한 뒤 나중에 하나의 제안서로 합친다. AI는 결과물의 80%를 부분 수정했으며 당초 3시간에서 5시간까지 걸리는 제안서 작성 시간이 30분으로 줄었다.

브랜드 광고 제작을 자동화하는 광고 생성형 AI도 좋은 예시다. 생성형 AI로 광고 콘텐츠를 제작할 때 마케터들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이미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계속 AI에 질문해야 한다. 문제는 표준 이미지가 있어도 모니터, 색감, 개인의 주관에 따라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에 이미지를 교집합으로 분석하고 사진 기반 용어를 문장형 프롬프트로 사용하도록 만들어 마케터는 이미지 선택과 결과물 산출에만 집중하면 되도록 자동화했다.
기존에 결과물 제작에는 2~3시간이 걸렸으나 AI 도입에 따라 10분 이내로 시간이 줄었다. 단순히 제미나이, 클로드를 도입하고 알아서 쓰라는 게 아니라 AI 자체를 자동화 작업으로 구현해 시간과 공수를 모두 줄인 것이다.
이처럼 렛서 소속 AI 개발자들은 실무에서 필요한 AI를 직접 제작하며, 에이블캠퍼스를 통해 실무에 필요한 AI를 맞춤형으로 교육한다. 기업마다 다른 환경, 자동화 방안도 적절히 맞춰서 커리큘럼을 만든다. 일반 임직원들을 위한 기초 난이도 교육부터 시니어 개발자를 위한 고도화된 AI 교육까지 다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배경이다. 단순히 ‘전사적으로 AI 교육을 이수했다’가 아니라 개발 인력 개개인은 물론 해당 팀 전체가 실제 고급 AI 인력으로 진화하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무 중심의 AI 교육 프로그램, 국가 AI 대전환의 기초체력 될 것AI 4대 석학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앤드류 응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AI에 관심은 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이럴 때는 그냥 직접 만들어보는 것을 권한다”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해 실험하고, 작은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실행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최근 코세라나 딥러닝.AI같은 교육 채널 역시 기초 이론 등을 넘어 실무형 AI 에이전트, 산업별 특화 AI 비중이 월등히 높아진 것도 글로벌 AI 교육의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이제 AI는 단순히 조직의 업무 생산성 향상을 넘어서 조직 전환의 핵심 수단이며, 더 나아가 미래 사회에 대한 개인의 생존성과 적응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나 해외 기업들은 틀에 박힌 교육 인재가 아닌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는 ADHD나 자폐처럼 남다른 시각을 가진 특수 인재를 중점적으로 찾을 정도다.
앞으로의 AI 시대의 교육과 직업상이 어떻게 진화할지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교육은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른 교육보다는 물고기를 직접 잡는 학습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 체계 내에서 스스로 익히고, 결과물을 만들며, 이를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는 그런 과정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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