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남친·여친 그만 사귀라”…中정부가 ‘챗봇 연애’ 막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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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인에 빠진 청년들…결혼·출산 기피 우려
미국은 정신건강, 중국은 사회 안정성 이유로 규제

AI 챗봇이 연인이나 친구 역할을 수행하는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정서적 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AI 연인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시행했다. 게티이미지뱅크

AI 챗봇이 연인이나 친구 역할을 수행하는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정서적 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AI 연인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시행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챗봇과 정서적 관계를 맺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중국 정부가 규제에 나섰다. 중국은 이른바 ‘AI 남친·여친’으로 불리는 AI 연인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출생률 하락과 인구 감소에 직면한 중국이 AI 연애가 결혼과 출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 AI 연인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규제를 시행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AI 챗봇은 이용자가 자신에게 과도하게 감정적으로 의존하도록 유도해서는 안 된다. 미성년자와의 가상 연애도 금지된다. 기업들은 사용자가 심각한 정서적 위기 상태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긴급 연락처에 이를 알릴 수 있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이번 규제의 영향으로 알리바바와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일부 AI 연인 기능을 중단하거나 조정할 예정이라고 이용자들에게 공지했다.

중국 정부는 AI 연인 서비스가 현실 인간관계를 약화시키고 중독이나 의존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중국 AI 전문가 매트 시한은 WSJ에 “중국 정부는 많은 사람이 챗봇과 깊은 감정 관계를 맺어 결혼 시장에서 이탈하거나 심리적 문제를 겪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출생률 최저인데 AI 연애 확산…중국의 우려중국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인구 문제가 있다.

중국 인구는 2025년 기준 14억500만 명으로 4년 연속 감소했다. 출생률 역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자녀 정책의 후유증과 고령화가 겹치면서 중국 정부는 보육 지원 확대와 각종 출산 장려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반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 연인 서비스가 확산할 경우 젊은 세대가 결혼과 연애를 더욱 미루거나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2024년 발표한 ‘AI 안전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에서 통제되지 않은 AI가 고용과 교육, 출산에 대한 기존 사회 인식을 변화시켜 사회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매트 시한은 “중국 정부는 사람들이 실제 인간관계를 맺기를 원한다”며 “3~4년 뒤 중국 여성 1500만 명이 자신의 연인은 챗봇이라고 말하고, 그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 미국은 정신건강, 중국은 사회 안정성

흥미로운 점은 AI 연애를 둘러싼 우려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도 최근 AI 연인 서비스 관련 규제를 도입했다. 다만 규제 목적은 중국과 다소 다르다.

미국은 AI 챗봇에 대한 과도한 정서적 의존이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성년자 이용자에게, 뉴욕은 모든 이용자에게 일정 시간마다 자신이 인간이 아닌 AI라는 사실을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자살이나 자해 위험이 감지될 경우 상담 기관이나 위기 지원 서비스로 연결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 일자리 넘어 연애까지…커지는 AI 논쟁

AI를 둘러싼 논쟁은 더 이상 일자리와 생산성 문제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AI 연인 서비스가 정교해지면서 각국 정부는 챗봇이 현실의 인간관계를 대체하거나 이용자의 정서적 의존을 키울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챗봇과의 대화가 이용자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담긴 소송도 제기됐다.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가 챗봇의 정체 고지와 위기 대응 의무를 법제화한 배경이다.

중국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가 결혼과 출산, 사회 안정에 미칠 영향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AI를 둘러싼 정책 논쟁이 노동시장을 넘어 사랑과 우정 같은 개인의 감정 영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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