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간담회에는 서범강 IP융복합산업협회 회장을 비롯해 웹툰 및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학교는’의 주동근 작가, 크리스 터너(Cris Turner)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참석했다.
IP 패러다임 전환…고정된 권리에서 동적 자산으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 콘텐츠 산업 역시 단일 구조에서 벗어나 IP를 중심으로 가치가 집적되는 융복합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IP가 한번 완성되면 형태가 고정되는 저작물로 여겨졌다면 이제 그 개념이 확장됐다. 서범강 회장은 “IP는 더 이상 산업 내부에만 머무는 저작권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산업과 기술, 경험을 매개하며 시장을 확장시키는 핵심 자산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력도 어떤 IP를 보유하고, 타 산업과 연결할 수 있는가에서 갈린다는 설명이다.AI는 이 변화를 가속하는 동력이다. AI는 아이디어 발굴부터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에 이르기까지 IP의 생애 주기 전반을 혁신하고 있다. 서범강 회장은 “하나의 원천 IP가 AI를 통해 다양한 포맷으로 재구성되고 소비자 반응에 따라 최적화되는 시대”라며, “IP는 시장과 상호작용하며 진화하는 플랫폼형 자산으로 전환됐다”고 진단했다.
AI, 웹툰 작가의 어시스턴트 됐다

AI 도입이 가져온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창작의 민주화’다. 과거에는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대형 스튜디오만이 고품질 콘텐츠를 대량 생산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 창작자도 AI를 활용하면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동근 작가는 실제 현장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창작자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보완재’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제작 규모가 커진 웹툰 시장에서 1인 작가로서 AI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정보 검증부터 표절 여부 확인까지 AI를 활용하고 있는 실례를 소개했다. 그는 “AI가 보조 업무를 수행해줌으로써 작가는 본연의 업무인 스토리텔링과 연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며, “명령어를 정하는 프롬프트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터너 부사장 역시 “AI를 활용한 창작자의 75%가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고, 약 50%는 수익도 늘었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AI가 인간의 스토리텔링을 보완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강조했다.
신뢰가 공생의 전제…구글 ‘신스ID’ 주목
물론 AI 활용으로 인한 우려도 존재한다. 주동근 작가는 “AI가 모든 작업을 대신하면 질적 발전 없이 웹툰 시장이 양적으로만 채워질 수 있고, 독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서범강 회장은 “저가형 콘텐츠는 과거에도 존재했으며, 이는 시장과 독자가 선별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하는 한편, “작가의 저작권과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본질은 창작자 개인의 역량이라는 셈이다. 서범강 회장은 “같은 AI를 쓰더라도 역량 있는 작가의 작품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며, “역량이 뒷받침될 때 AI는 비로소 훌륭한 보완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은 보편화되겠지만 최종적인 성공은 창작자의 재능과 독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현재는 AI와 인간의 상생을 위해 신뢰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AI를 사용할 때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창작자의 독특한 화풍을 무단 학습하지 않게 보장하고, 콘텐츠의 진위 여부를 가릴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구글 딥마인드의 ‘SynthID(신스ID)’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크리스 터너 부사장은 “신스ID는 디지털 워터마크 기술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디지털 서명을 삽입해 콘텐츠가 변형되어도 AI 생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게 돕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스ID는 구글 전반의 제미나이, 이마젠, 리리아, 비오 모델 등을 통해 생성된 텍스트, 오디오, 영상 콘텐츠까지 적용 범위를 확장했다. 또한 구글은 텍스트용 신스ID 워터마크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해 업계 표준으로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AI는 창작의 위협이 아니라 역량 있는 창작자를 강하게 만드는 도구다. 그러나 낙관론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작자의 신뢰를 담보할 보안 체계와 가이드라인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국 K-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AI를 통한 창작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되, 동시에 창작자의 권리와 작품의 진정성을 지켜내는 균형 잡힌 설계가 필요하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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