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연휴 ‘가사전쟁’
전업 주부 9일치 식단 고민에 스트레스
자녀 겨울 방학 맞은 주부들 부담 가중
직장인들 “너무 설레…연휴만 기대 중”
주부 윤승희 씨(55)는 다가올 긴 설 연휴가 전혀 설레지 않는다.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무려 9일 간의 가족들 식사 메뉴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씨는 “전쟁에 임하는 기분”이라며 “이번 설에는 시댁에 내려갈 계획도, 여행 계획도 없어 9일치 식단을 지금부터 짜고 있는데 머리가 터지겠다”고 전했다.
예상치 못한 장기 설 연휴에 주부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데 이어 기업 10곳 중 3곳이 31일을 전사 휴무일로 지정하면서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평소 업무나 학업에 지친 가족들이 긴 연휴를 반기는 것과 달리, 이들을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에 주부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자녀들을 둔 주부들의 경우 이미 1월 초·중순 시작된 방학으로 인해 점심 끼니에 간식 메뉴까지 준비해야 해 힘듦을 호소하고 있다. 3월 개학까지 기다리기 아득하다는 전언이다.
임시공휴일이 27일로 확정되자 명절 가사 노동 가중으로 기혼 여성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27일 대신 31일을 지정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주부들은 어느 쪽이든 부담이 휴일이 길어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두 초등학교 자녀를 둔 이소영 씨(40)는 “뭘 해먹일지 너무 고민되지만 이미 레퍼토리가 고갈됐다”며 “꼼꼼하게 챙겨주고 싶어 반찬가게의 도움도 받고 있지만 식비가 너무 많이 나간다”고 하소연했다.
명절 음식 준비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 주부 커뮤니티에는 “시댁 가는데 전을 사가는 게 걸리지는 않을지 걱정”이라며 “직접 부친 것 같은 반찬가게를 공유해달라”는 글에 다수가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주부 장윤숙 씨(58)는 “연휴 내내 밥을 할 수는 없으니 배달 음식과 외식도 여러 번 섞을 계획”이라며 “가족들에게는 이미 ‘태업’ 선언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장씨는 “평일에도 하루 두 끼 가족들 밥을 담당하는데 연휴가 되면 가사노동 강도가 더욱 세진다”며 “전 부치지 않고 시장에서 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설 명절을 걱정하는 주부들과는 반대로 젊은 직장인들은 다가올 긴 휴일을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연휴 계획을 짜고 있는 모양새다.
직장인 유 모씨(30)는 “설 연휴만 바라보면서 지내고 있고 너무 설렌다”며 “드라마 뭐볼지 벌써 리스트업하고 있다. 바빠서 보지 못했던 중학교 동창들도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연휴가 길어지다 보니 가족과 장시간 지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이도 있다. 직장인 정 모씨(28)은 “평소엔 출퇴근 하니까 몰랐는데 일주일간 부모님과 같이 지내려니 막상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집안일도 돕고 아예 며칠 국내 여행을 보내드릴지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