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이순재 생애 첫 연기대상 “오래 살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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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KBS서 역대 최고령 수상
“연기는 연기로 평가… 잘하면 주는 것”
지난해 건강 악화로 연극 중도하차
후배들 부축받으며 무대 올라 눈물도

배우 이순재 씨가 11일 방영된 ‘2024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생애 처음으로 대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을 말하다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KBS TV 화면 캡처

배우 이순재 씨가 11일 방영된 ‘2024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생애 처음으로 대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을 말하다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KBS TV 화면 캡처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우 이순재 씨가 구순(九旬)의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연기대상을 받았다. 지상파 3사 연기대상을 통틀어 역대 최고령 수상이란 기록도 세웠다.

11일 방영된 ‘2024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이 배우는 지난해 9∼10월 방영된 KBS 2TV 드라마 ‘개소리’에서 연기한 원로 배우 ‘이순재’ 역할로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시상식은 지난해 12월 31일 개최됐지만, 제주항공 참사로 생중계를 취소하고 이날 녹화 방송됐다.

지난해 활동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던 그는 이날 대상이 발표되자 다소 야윈 모습으로 후배 배우 김용건, 최수종 등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라며 말문을 열 때부터 목소리가 떨렸던 이 배우는 “언젠가는 한번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고 기쁨을 표했다.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한 배우들은 내내 선 채로 소감을 경청했다. 이 배우의 손을 잡고 옆에 선 최수종은 물론이고 지현우, 임수향 등 많은 후배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 배우는 “미국 배우 캐서린 헵번은 30대에 한 번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60세 이후에 3번을 탔다”며 “나이 먹어도 잘하면 상을 주는 거다. 연기는 연기로 평가해야 한다.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가천대 석좌교수인 이 배우는 제자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는 “가천대에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촬영이 한 달 이상씩 걸리니까 강의 시간이 도저히 안 맞았다”며 “제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더니 ‘모처럼 드라마 하시는데 잘하세요. 가르쳐 주신 대로 우리가 어떻게든 만들어 낼게요’라고 했다. 제자들을 믿고 나름 최선을 다한 것이 오늘의 결과로 온 것 같다.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1935년생인 그는 현역 최고령 배우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건강 악화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중도 하차한 뒤 약 2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배우는 “이 상은 개인의 상이 아니다”면서 “모두가 함께 최선을 다했다”며 동료와 제작진에 영광을 돌렸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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