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까지 일하시오.’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 덴마크에서 최근 놀라운 발표가 나왔다. 2040년부터 공적연금 수령 연령을 70세로 늦추는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현재 덴마크의 연금 수령 시작 나이는 67세. 앞으로는 2030년 68세, 2035년 69세, 2040년에는 70세로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이 법이 적용되면 1971년생(현재 만 54세)부터는 만 70세까지 일해야 국가에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금 수령 연령이다.
덴마크의 결정은 2006년 도입한 ‘복지개혁 협약’에 기반해 이뤄졌다. 60세 시점의 기대수명에 연동해 연금 수령 연령을 5년마다 자동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이고,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 연금 더 늦게 받는 시대 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출생 연도에 따라 60세에서 65세까지 다양하다. 1952년 이전 출생자는 60세부터 연금을 받았지만,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수령한다.
이 연령 체계는 1998년 연금개혁 당시 만들어졌다. 문제는 당시만 해도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전체의 7%에도 못 미쳤다는 점이다. 지금은 이미 20%를 넘었고 5년 뒤엔 25%, 10년 뒤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최근 정부는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년 연장, 노인 기준 연령 상향 등의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을 보면 연금 수령 시기 또한 점차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17년 전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은 65세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하지만 75세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3년 전 제도를 손봤다. 덴마크와 일본의 사례는 노후를 대비하는 데 공적연금 제도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더 오래 살고, 더 오래 일하며, 더 늦게 연금을 받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끊기지 않는 현금 흐름이다. 일해서 소득을 만들거나 기존에 모아둔 돈을 전략적으로 꺼내 써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특히 후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안정적인 퇴직금, 퇴직연금 운용을 통한 대비가 중요하다.
◇ 퇴직금 인식 전면 전환해야
퇴직금은 단순히 ‘회사가 정해준 규모대로 수령하는 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이제는 ‘내가 직접 굴려 키울 수 있는 자산’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회사에 다닌다면 근로자가 재직 기간 스스로 투자상품을 선택해 퇴직금을 운용할 수 있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가입자나 퇴직금 제도 가입자는 미리 정해진 퇴직금을 받지만,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해 퇴직금 운용에 참여할 수도 있다. IRP 계좌로 수령한 퇴직금은 물론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추가로 납입한 금액도 투자 자산이다.
과거엔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한정적이었지만 이제는 펀드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을 통해 국내외 자산 배분이 가능해졌다. 다양한 인공지능(AI) 기반 포트폴리오 추천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퇴직금을 예금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한다면 무관심의 시간만큼 적지 않은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클릭할 용기, 잠자는 퇴직금을 ‘깨우는’ 결정이 필요하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