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이정후. /AFPBBNews=뉴스1 |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MLB)를 뜨겁게 달궜던 2루타 머신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다시 한 번 장타 본능을 키워가고 있다.
이정후는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2볼넷 1득점으로 3출루 활약을 펼쳤다.
이정후의 활약 속에 샌프란시스코는 3-2로 승리하며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2위 샌디에이고와 승차를 1경기로 좁혔다. 1위 LA 다저스와는 3경기 차.
이정후의 뜨거운 타격감이 빛났다. 전날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이정후는 5일 샌디에이고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4월까지 2루타 11개를 날리며 훨훨 날아올랐던 이정후지만 5월엔 주춤했다. 월간 타율이 0.231에 그쳤고 2루타도 3개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6월 들어 반등 희망을 살리고 있다. 5일 기록한 2루타 2방은 무려 51일 만에 기록한 2장타 활약이었다.
이날도 장타 본능을 이어갔다. 1회말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딜런 시즈의 실투성 슬라이더를 강하게 때려 외야로 쭉쭉 뻗어가는 타구를 날렸다. 시속 101.2마일(162.9㎞)의 우측으로 뻗어간 타구는 123m 지점에 떨어졌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오라클파크를 제외한 MLB 29개 구장에선 홈런이 될 만큼 대형 타구였다. 홈런이 되지 않은 건 아쉬웠지만 그만큼 이정후의 타격 본능이 날카롭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타구였다. 원바운드 된 타구는 담장을 넘어가 인정 2루타가 됐다.
3회엔 시즈를 상대로 볼넷으로 출루한 뒤 윌리 아다메스의 희생플라이 때 2루에서 3루까지 향했고 도미닉 스미스의 인정 2루타 때 홈을 밟아 2-2 동점을 이끌었다. 5회엔 우익수 직선타로 물러났으나 7회 다시 한 번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정후가 6일 샌디에이고전 2루타를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지난 5월 24일 워싱턴 내셔널스 원정 이후 12경기 만에 3출루 경기를 펼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을 0.274에서 0.276(239타수 66안타)로, 출루율과 장타율도 0.319와 0.435에서 각각 0.326, 0.439로, OPS(출루율+장타율)는 0.765가 됐다.
팀 내에서도 타율과 안타, 득점(34), 장타율 모두 2위에 올라 있다. 홈런은 6개로 4위로 두 자릿수 아치를 그린 선수들에 밀려 있음에도 장타율에서 앞서 있다는 게 눈길을 끈다.
바로 압도적인 2루타 덕분이다. 이정후는 2루타 17개로 팀 내 2위 엘리엇 라모스(12개)를 크게 앞서고 있다. MLB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공동 8위, NL에선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 브렌던 도노반(세인트루이스·이상 19개)와 2개 차 공동 4위다.
이정후는 67년 만의 샌프란시스코의 새 역사를 쓸 선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10일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소속팀에선 익숙지 않았던 순위에 이름을 올린 9명의 스타'를 공개하며 이정후를 2루타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큰 선수로 평가했다.
샌프란시스코가 마지막으로 2루타 1위를 배출한 건 무려 67년 전인 오를란도 세페다였다. 그가 1958년에 NL에서 2루타 38개로 1위를 차지한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선 단 한 번도 2루타 1위를 배출하지 못했다.
MLB닷컴은 "이정후의 등장은 이런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바람의 손자'로 불리는 그는 KBO에서 2루타 1위 4회, 2위 3회를 차지했다"며 "이정후가 리그 1위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는 유일한 이유는 그가 2루타뿐 아니라 3루타도 자주 친다는 점이다. KBO에서도 3루타 43개를 날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5월 부진에 빠졌던 이정후지만 2경기에서 3개의 2루타를 날리며 NL 2루타 1위에 더욱 가까워지며 기세를 살려가고 있다.
이정후(왼쪽)가 득점 후 채프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