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이어진 화마…직원 121명 대피·소방대원 2명 치료
3단 랙·가연물에 진화 난항…국가소방동원령 총력 대응
직원 등 121명이 화재 직후 자력으로 대피하면서 민간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진화 과정에서 소방대원 2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탈진 증세를 보여 치료받았다.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과 대응 단계를 유지한 채 잔불 정리와 재발화 방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불을 완전히 끈 뒤에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정확한 발화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다.
3단 랙·가연물에 진화 난항…국가소방동원령 총력 대응
21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쯤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 6층에서 발생한 불은 20일 오후 8시쯤 초진됐다.
초진은 불길을 통제할 수 있고 주변으로 더 번질 우려가 없는 상태를 뜻한다. 소방당국은 현재도 건물 내부 곳곳에 남은 불씨를 제거하고 있다.불이 난 물류센터는 지상 8층, 연면적 29만9000㎡ 규모다. 축구장 42개가량을 합친 면적으로, 내부에는 생활용품과 포장재 등 가연물이 대량으로 적재돼 있었다.특히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6층은 물품을 높이 쌓는 3단 랙 구조로 돼 있었다. 불은 건물 외벽 등을 타고 7층까지 번졌다.
넓고 복잡한 내부 구조에 고열과 짙은 연기까지 발생하면서 소방대원들의 시야 확보와 내부 진입도 쉽지 않았다. 적재물이 타면서 선반 일부가 무너져 진입로를 막은 점도 진화를 어렵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일 오전 9시 15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낮 12시 25분쯤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이어 오후 3시 15분쯤 인근 시·도의 소방력까지 동원하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사흘간 진화 작업에는 인근 8개 시·도에서 지원한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차 등 장비 230여대와 소방관·경찰 등 인력 800여명이 투입됐다. 소방헬기를 이용한 공중 방수와 건물 외벽 일부를 뜯어내 물을 뿌리는 방식도 병행했다.진화 과정에서는 장시간 화재로 건물 일부가 무너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소방당국은 내부 진입 대원들에게 한때 긴급 철수 명령을 내리고 건물 주요 지점에 붕괴 경보기를 설치했다.
서해구는 지난 19일 오후 11시 물류센터 화물차 진출입로 주변 반경 116m 이내 상가와 공장 등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내렸다. 연기와 분진 등을 우려한 주민 200여명은 신현초등학교와 신현북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 머물렀다.
구는 큰 불길이 잡히고 건물 붕괴 위험이 낮아진 것으로 판단해 20일 오후 11시를 기해 대피령을 해제했다.
완진 뒤 합동조사…발화 원인·피해·배송 차질 규명
큰 불길은 잡혔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밝히는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소방당국은 완진 이후 소방청과 국립소방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경찰도 수사팀을 꾸려 화재 발생 경위와 과실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조사에서는 최초 발화 지점과 불이 빠르게 확산한 경로, 스프링클러와 방화구획 등 소방시설의 작동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장시간 고열에 노출된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도 정밀 점검이 필요하다.
재산 피해 규모 역시 현재로서는 추산하기 어렵다. 불이 직접 번진 6·7층의 재고뿐 아니라 연기와 그을음, 고열, 진화용수에 노출된 상품과 물류설비까지 피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분류 설비와 컨베이어벨트, 전기·통신시설 등이 손상됐을 경우 센터 운영 재개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쿠팡은 화재 발생 이후 인천32센터에서 처리할 예정이던 주문 물량을 경기권 등 수도권 인근 물류센터로 옮겨 분산 처리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배송 지연 규모나 영향을 받은 고객 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화재 원인과 피해액 조사와 함께 대형·자동화 물류센터의 화재 예방과 초기 진압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활용품과 포장재 등 가연물을 대량으로 쌓아두는 구조에서 불이 날 경우 기존 소방시설과 진압 방식만으로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완진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잔불 정리와 재발화 방지 작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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