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총 맞은 썰 푼다"…93세 전직 장관의 유튜버 도전

18 hours ago 2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이용만 해주세요'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92세 한국 최고령 유튜버 이용만을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소통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이용만 해주세요' 캡처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이용만 해주세요'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92세 한국 최고령 유튜버 이용만을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소통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이용만 해주세요' 캡처

참전용사이자 전쟁고아 출신으로, 과거 재무부 장관을 지낸 이용만 씨(92)가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대한민국 최고령 신입 유튜버로 주목받고 있다.

◇ 92세 최고령 신입 유튜버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33년생인 이 전 장관은 지난달 11일 '이용만 해주세요'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92세 한국 최고령 유튜버 이용만을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이 전 장관은 "저는 올해 92세가 된 신입 유튜버 이용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별로 볼 건 없을지 몰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촬영진의 자기소개 요청을 받고 화려한 경력을 술술 읊는 모습에 '이력이 남다른 신입 유튜브 클래스'라는 자막이 붙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1991년부터 1993년 초까지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전에는 내각기획통제관실 사무관, 청와대 과장, 외환은행장, 은행감독원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로 '한국 산업화의 산증인'으로 불렸다.

고령의 나이에 유튜버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당신(촬영진)이 자꾸 하라고 하잖아"라고 답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유튜브로 남긴다고 해서, 남들이 봐준다는 보장은 없어도 기록으로 남기는 의미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6·25 전쟁 참전·총상 경험 전하기도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이용만 해주세요'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92세 한국 최고령 유튜버 이용만을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소통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이용만 해주세요' 캡처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이용만 해주세요'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92세 한국 최고령 유튜버 이용만을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소통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이용만 해주세요' 캡처

이 전 장관은 6·25 전쟁에 참전하고 총상을 입었던 극적인 경험도 전했다. 북한 강원도 평강군 출신인 그는 17세에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홀로 남하해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1951년 매복 작전 중 적의 총탄에 어깨와 척추 두 곳에 총을 맞고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그는 "운 좋게 총알 두 발이 모두 급소를 피해 살았다. 75년 동안 나는 덤으로 사는 셈"이라며 "총을 맞은 그날(1951년 5월 11일)을 제2의 생일로 여긴다"고 회상했다.

이 전 장관은 공직 시절 함께 일한 대통령 중 가장 인상 깊은 인물로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다. 그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설명하는 상황실에 박 전 대통령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참석했다"며 "그만큼 경제 개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셨고, 경제 대통령이라 부를 만했다"고 강조했다.

공직 시절 함께 일했던 동료에 대한 질문에 이 전 장관은 "벌써 타계하신 분들이 많다. 그래서 같이 만나 대화하고 싶어도 상대가 없어 조금 허전하다"고 전하며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 시청자 3명 중 2명 10대~30대

이 전 장관의 채널은 개설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구독자 2만 명을 넘겼고 첫 영상은 조회수 20만회를 기록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시청자 3명 중 2명이 18~34세의 젊은 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 사이에선 "썩어빠진 정신상태 가지고는 안 된다. 성실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단언하는 이 전 장관의 모습에 오히려 힘을 얻는다는 평이 나온다.

현재 해당 영상 댓글에는 "이제 유튜브도 레드오션이다. 피난민 출신 전직 재무부 장관 92세 선생님을 어떻게 이기냐", "1살 차이이신 이길여 가천대 총장님과 합방 부탁드린다", "살아 숨 쉬는 역사책이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전날 연합뉴스와 만난 이 전 장관은 "퇴물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게 뭐가 있겠느냐"고 쑥스러워하면서도 "20대 손주와 대화한다고 생각하며 유튜브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배고프다는 감각을 모르는 후손들에게 할아버지가 옛날에 이렇게 살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을 뿐"이라며, "아이 다섯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입학식과 졸업식 한번 못 가보고 바쁘게 일했던 것들이 지금의 발전된 나라로 나타나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 후손들이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더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놓고 가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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