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0조 날아갔는데 “이 정도쯤이야” 말한 트럼프...주식시장 ‘지하실’ 멀었다

17 hours ago 2

미국 증시 블랙먼데이...M7 시총 1100조원 증발

비관적 전망에 패닉셀 이어져
S&P500 고점 대비 8% 하락
韓GDP 2배 넘는 자금 사라져

JP모건 “美침체 확률 40%”
골드만, 성장률 1.7%로 하향
WSJ “마구잡이 관세 보류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직면했다.

뉴욕증시는 하락을 거듭한 끝에 조정장에 진입했고 그사이 시가총액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증발했다. 월가에서는 미국의 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성장률을 낮추는 등 경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 급락했다.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이다. 지난달 19일 사상 최고치 대비 8.6% 빠져 조정 구간 진입(10%)을 목전에 뒀다. 이 기간 지수 편입 종목들의 시총은 4조달러(약 5800조원) 증발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 명목GDP(1조8689억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날 기술주가 주가 하락을 이끌면서 나스닥은 4.0% 급락했다. 이 같은 낙폭은 2년 반 만에 가장 컸고 지수는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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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매그니피센트7(M7)’의 급락이 두드러졌다.

테슬라가 15.4% 폭락해 낙폭이 가장 컸고 엔비디아(-5.1%), 애플(-4.9%), 구글(-4.5%), 메타(-4.4%), 마이크로소프트(-3.3%), 아마존(-2.4%) 등이 뒤를 이었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중순 고점 이후 절반의 가치가 날아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사업이) 대단한 어려움에 있다”고 말하며 크게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하루 M7의 시총은 7580억달러(약 1100조원) 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증시 하락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관세 정책을 추진할 뜻을 밝힌 게 증시에 큰 충격을 줬다. 그는 최근 주가 지수 조정폭에 대해 “공정하게 말하면 ‘많이’는 아니다”며 “내가 하려는 것은 강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고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2일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당분간 증시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한 두려움으로 투매가 이어지고 있어 단기적으로 하락장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특히 겁먹은 개인투자자들이 기술주를 팔기 시작하면 어디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올 하반기 트럼프 압박에 전 세계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본격화하면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주가도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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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월가 대형 금융기관들은 일제히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를 울렸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올해 초 30%에서 이날 40%로 상향 조정했다. 브루스 캐스먼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인 미국 행정부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이날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훨씬 나쁜 지표에 직면해도 기존 정책에 계속 집착한다면 침체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지난주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췄다.

미국 침체에 대한 우려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성장률 예측 모델인 GDP나우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애틀랜타 연은은 올 1분기 미국 GDP 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2.4%로 전망했다.

시장 충격이 현실화하자 백악관은 진화에 나섰다.

이날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백악관 당국자는 이날 증시 급락과 관련된 성명에서 “주식시장의 동물적인 감각과 우리가 업계와 업계 리더들로부터 실질적으로 파악하는 바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칠 영향을 볼 때 후자가 확실히 전자에 비해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테크기업 CEO 라운드테이블’과 행정명령 서명식, 비밀경호국장 취임 선서식 등 주요 일정 3개는 예전과 달리 언론에 모두발언도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이 ‘비공개’라고 해도 풀기자단과 문답을 주고받는 장면을 연출하곤 했지만, 이날은 3개 일정 모두 언론과 접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이례적’ 선택과 관련해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증시 급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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