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이 성역이 됐다”는 발언 등으로 여권의 사퇴 압박을 받은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6일 사직했다. 청와대가 지난 4일 엄중 경고 조치한 데 이어 이날 사퇴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6시께 “이 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전했다”며 “청와대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2년 임기를 보장받는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총리급)을 해촉할 조항이 없어 사퇴를 권고한 것이다. 이 전 부위원장은 5일엔 직을 지키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하루 만에 시작 의사를 전했다. KAIST 경영대 교수 출신으로 우파 성향인 그는 이 대통령이 ‘좌우 통합’ 기조에 따라 직접 발탁한 인사다.
이 전 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임명권자와 정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과 자진 사퇴 권고에 따라 고심 끝에 부위원장 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입장문을 올렸다. 그러면서 보수 인사가 잇따라 물러나는 데 대해 “국민 통합의 대의에 부합하는지 깊은 고뇌가 있었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 모두에게 성역은 있지만, 자신과 일부 집단의 성역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며 “자유와 방종의 경계마저 권력과 집단이 자의적으로 정의하면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광주제일고와의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등을 외친 서울 배재고 야구부가 1일 중징계를 받자 이 전 부위원장은 “역사의 성역화”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5일 페이스북에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돼야 한다” “이 발언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기본권의 부정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추구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 등의 글을 여러 차례 올렸고, 여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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