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고시’ 강남3구 아동, 우울증-불안장애 4년새 3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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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체 건보청구 건수의 46% 몰려
“영어유치원 대비-초등 의대반 등
과도한 선행학습이 악영향” 지적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에 사는 9세 이하 아동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단이 4년 새 3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를 대비하는, 이른바 ‘4세 고시’ 등 과도한 선행학습이 아동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 3구에 거주하는 9세 이하 아동이 우울증·불안장애 진단을 받아 건강보험금이 청구된 건수는 2020년 1037건에서 지난해 3309건으로 4년 만에 3.2배로 급증했다. 2021년 1612건, 2022년 2188건, 2023년 2797건 등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 9세 이하 아동의 우울증·불안장애 진단이 2020년 1만5407건에서 2024년 3만2601건으로 약 2배로 증가한 데 비해 강남 3구의 정신건강 위기 아동 증가 추세는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청구 건수는 송파구가 1442건으로 가장 많았다. 강남구 1045건, 서초구 822건이었다. 서울 9세 이하 아동 우울증·불안장애 진단 청구(7273건)의 45.5%가 강남 3구에 몰려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 소재 영어유치원 268곳 중 92곳(34.3%)이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영어유치원 졸업 후엔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7세 고시’를 준비하고, 초등학생이 고교 진도를 선행하는 ‘초등 의대반’도 성행하고 있다.

과도한 선행학습은 아동에게 트라우마를 남기는 아동학대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는 “유아기에 시작되는 과도한 선행학습은 뇌 기초공사를 할 시기에 고층빌딩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때 아동이 받는 스트레스는 학습 능력, 감정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스트레스 대처 기능과 회복탄력성이 약해져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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