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새 1조6000억 ‘증발’… 제주 건설업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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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조 원 넘던 수주 실적
지난해 5000억 원대로 추락해
폐업 속출·악성 미분양도 쌓여
제주도, 신규 수요 창출 안간힘

제주 인구의 60% 가까이가 거주하는 제주시 동지역 전경.  동아일보DB

제주 인구의 60% 가까이가 거주하는 제주시 동지역 전경. 동아일보DB
4년 사이 제주 건설공사 수주 실적이 1조6000억 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서 건설업체 폐업 속출은 물론 악성 미분양 주택도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건설공사 수주 실적은 2022년 2조2677억 원에서 2023년 1조6306억 원, 2024년 1조2767억 원, 지난해 5904억 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22년과 지난해 수주 실적을 비교하면 1조6773억 원(74.0%)이나 줄었다. 건축 착공 면적도 2024년 140만5317㎡였지만, 지난해엔 절반 수준인 68만8472㎡로 쪼그라들었다. 건설 수요가 줄면서 최근 3년간(2023~2025년) 건설업체 237곳(종합건설업 51곳·전문건설업 186곳)이 문을 닫았다.

건설업 위기는 금리와 공사비, 분양가는 치솟았지만, 인구 유출로 수요는 크게 줄면서 촉발됐다. 실제 2024년 12월 완공된 제주시 애월읍의 425채 규모 아파트 단지는 단 1채만 분양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통째로 공매에 넘어가기도 했다. 이 아파트 단지는 공매에서도 연속 유찰되면서 최근 공매를 철회했다. 지난해 준공된 애월읍의 또 다른 단지(아파트 136채, 오피스텔 30실) 역시 대규모 미분양으로 ‘파격 할인 6억대→4억대’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대대적인 할인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해 3월 기준 다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이 2213채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도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2022년 말부터 침체 신호가 들어왔지만, 자금 회수와 계약 때문에 공사를 중단시킬 수 없었던 업체가 폭탄 돌리기처럼 준공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며 “결국 미분양 주택이 쌓이기 시작했고, 규모 있는 업체도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업체도 소규모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관급공사 수주로 연명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2032년까지 5500호를 공급하는 ‘화북 2 공공주택지구’를 추진해 수요를 늘리기로 했다. 또 민간 신규 건설 수요를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부터 333억 원을 투입해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전기로 작동하는 냉난방 시스템인 히트펌프의 설치 비용은 가구당 1400만 원이며, 자부담 비율은 약 40%로 예상된다. 제주도는 히트펌프 설치 과정에서 창호 교체, 단열재 보강, 바닥재와 벽지 교체, 조명 개선 등 추가 건설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노후 건축물 리모델링 시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하는 정책과 원도심 빈집에 대한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240억 원대 중소건설업체 경영 자금 특별신용보증 △민간 건설공사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수수료 지원 △건설업 고용안정 지원 사업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지방세 감면 등을 추진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민간 수주 감소와 건축 인허가 위축, 미분양 증가 등 지역 건설경기가 전반적인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노후 건축물 리모델링 사업, 에너지 효율 개선, 유지보수 보강 사업, 녹색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 새로운 분야를 전략적으로 발굴해 지역 건설업체의 실질적인 참여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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