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가족 살기엔 비좁아요"…'청년 주거사다리' 미리내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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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8.20 07:00 수정2025.08.20 07:00

“3인 가족 살기엔 비좁아요”…‘청년 주거사다리’ 미리내집 가보니

서울시 852가구 '미리내집' 조성
‘청담르엘’‘더샵강동센트럴’ 등
최대 10년 거주...출산땐 우선 매수
절반은 전용 50㎡ 이하 비좁은 건 단점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 전경. 롯데건설 제공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 전경. 롯데건설 제공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덜어주는 서울시 ‘미리내집’이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 오피스텔 등 다양한 유형으로 확대된다. 아파트와 비교해 보증금이 저렴한 만큼 자금이 부족한 예비 신혼부부의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출산 땐 아파트형 미리내집 우선 이주권을 제공한다. 다만 전용면적 50㎡ 이하 소형 주택 비중이 높아 아이와 함께 거주하기엔 좁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달 17일 비아파트형 미리내집 149가구 청약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총 852가구(21곳)의 아파트가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Ⅱ)으로 조성(모집공고 기준)됐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15가구), 강동구 천호동 ‘더샵강동센트럴시티’(11가구)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 내 신축 아파트도 상당수 마련됐다. 작년에는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35가구),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201가구) 등 총 1022가구(43곳)가 공급됐다.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비아파트형 미리내집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베이비 엠버서더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비아파트형 미리내집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베이비 엠버서더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시는 연내 미리내집 35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연간 4000가구로 확대한다. 이중 절반가량은 다세대 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택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재개발·재건축 신축 아파트로만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아파트 대비 상대적으로 보증금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아파트형 미리내집 전세가격은 시세 대비 50%가량 저렴하지만, 새 아파트인 만큼 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난 11일 청약을 받은 제5차 모집은 3억~7억원대에 형성돼 있었다.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고품질 주택 위주로 공급한다. 신축 오피스텔을 매입하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을 리모델링하는 등의 방식이다. 시는 오는 29일 송파구 문정동, 영등포구 당산동 등 7곳, 총 149가구의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내달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신청받는다.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비아파트형 미리내집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베이비 엠버서더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비아파트형 미리내집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베이비 엠버서더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문정동에선 고급 오피스텔 ‘르피에드 문정’ 262실 가운데 16실이 미리내집으로 마련된다. 전용 42~49㎡로 조성됐으며, 방 2개에 에어컨·인덕션 등을 갖춘 ‘풀옵션 오피스텔’이다. 3층에 있는 커뮤니티 시설에선 피트니스룸, 수영장, 사우나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0만원 수준(전용 44㎡ 기준)으로 임대료가 책정될 전망이다. 이곳의 전세 시세는 약 6억원 수준이다.

전문가 “3인 이상 가족이 살기엔 좁다”

비아파트형 미리내집은 최대 1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자녀를 출산하면 아파트형 미리내집으로 이주할 수 있는 우선권을 제공한다. 2년 이내에 주거지를 옮길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자녀 2명을 낳은 경우 아파트로 옮기고 10년 뒤에 우선 매수청구권을 받게 된다. 청구권을 사용할 때 시세 기준으로 10%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실현하게 되는 셈이다. 자녀가 세 명 이상이라면 바로 청구권을 획득할 수 있으며, 시세의 80%에 매입 가능하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비아파트형 미리내집 ‘르피에드 문정’ 전용면적 44㎡ 평면도. 네이버 부동산 캡처

서울 송파구 문정동 비아파트형 미리내집 ‘르피에드 문정’ 전용면적 44㎡ 평면도. 네이버 부동산 캡처

아이와 함께 10년 동안 살기엔 다소 좁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비아파트형 미리내집 절반가량은 전용 50㎡ 이하다. 중랑구 상봉동(66가구)에 들어서는 곳을 제외하면 전용 54㎡가 가장 크다. 지난 13일 찾은 르피에드 문정 전용 44㎡의 작은 방은 침대를 놓고 나면 여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작은 편이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아이가 생기면 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전용 40㎡ 이하에서 3인 가족이 살기엔 많이 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형 미리내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과 올해 총 1874가구가 공급됐는데, 이 중 92.6%(1736가구)가 전용 59㎡ 이하였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거주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청년을 위한 안정적인 주거 환경 조성, 저출생 극복 등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면서도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전용 84㎡ 이상의 비율을 높이거나 우선 매수청구권을 받을 수 있는 거주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개발·재건축 때 용적률을 높여주는 조건으로 중형 면적대를 기부채납 받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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