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852가구 '미리내집' 조성
‘청담르엘’‘더샵강동센트럴’ 등
최대 10년 거주...출산땐 우선 매수
절반은 전용 50㎡ 이하 비좁은 건 단점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덜어주는 서울시 ‘미리내집’이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 오피스텔 등 다양한 유형으로 확대된다. 아파트와 비교해 보증금이 저렴한 만큼 자금이 부족한 예비 신혼부부의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출산 땐 아파트형 미리내집 우선 이주권을 제공한다. 다만 전용면적 50㎡ 이하 소형 주택 비중이 높아 아이와 함께 거주하기엔 좁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달 17일 비아파트형 미리내집 149가구 청약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총 852가구(21곳)의 아파트가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Ⅱ)으로 조성(모집공고 기준)됐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15가구), 강동구 천호동 ‘더샵강동센트럴시티’(11가구)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 내 신축 아파트도 상당수 마련됐다. 작년에는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35가구),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201가구) 등 총 1022가구(43곳)가 공급됐다.
시는 연내 미리내집 35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연간 4000가구로 확대한다. 이중 절반가량은 다세대 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택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재개발·재건축 신축 아파트로만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아파트 대비 상대적으로 보증금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아파트형 미리내집 전세가격은 시세 대비 50%가량 저렴하지만, 새 아파트인 만큼 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난 11일 청약을 받은 제5차 모집은 3억~7억원대에 형성돼 있었다.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고품질 주택 위주로 공급한다. 신축 오피스텔을 매입하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을 리모델링하는 등의 방식이다. 시는 오는 29일 송파구 문정동, 영등포구 당산동 등 7곳, 총 149가구의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내달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신청받는다.
문정동에선 고급 오피스텔 ‘르피에드 문정’ 262실 가운데 16실이 미리내집으로 마련된다. 전용 42~49㎡로 조성됐으며, 방 2개에 에어컨·인덕션 등을 갖춘 ‘풀옵션 오피스텔’이다. 3층에 있는 커뮤니티 시설에선 피트니스룸, 수영장, 사우나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0만원 수준(전용 44㎡ 기준)으로 임대료가 책정될 전망이다. 이곳의 전세 시세는 약 6억원 수준이다.
전문가 “3인 이상 가족이 살기엔 좁다”
비아파트형 미리내집은 최대 1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자녀를 출산하면 아파트형 미리내집으로 이주할 수 있는 우선권을 제공한다. 2년 이내에 주거지를 옮길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자녀 2명을 낳은 경우 아파트로 옮기고 10년 뒤에 우선 매수청구권을 받게 된다. 청구권을 사용할 때 시세 기준으로 10%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실현하게 되는 셈이다. 자녀가 세 명 이상이라면 바로 청구권을 획득할 수 있으며, 시세의 80%에 매입 가능하다.
아이와 함께 10년 동안 살기엔 다소 좁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비아파트형 미리내집 절반가량은 전용 50㎡ 이하다. 중랑구 상봉동(66가구)에 들어서는 곳을 제외하면 전용 54㎡가 가장 크다. 지난 13일 찾은 르피에드 문정 전용 44㎡의 작은 방은 침대를 놓고 나면 여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작은 편이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아이가 생기면 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전용 40㎡ 이하에서 3인 가족이 살기엔 많이 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형 미리내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과 올해 총 1874가구가 공급됐는데, 이 중 92.6%(1736가구)가 전용 59㎡ 이하였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거주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청년을 위한 안정적인 주거 환경 조성, 저출생 극복 등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면서도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전용 84㎡ 이상의 비율을 높이거나 우선 매수청구권을 받을 수 있는 거주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개발·재건축 때 용적률을 높여주는 조건으로 중형 면적대를 기부채납 받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