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소위 "'세 번 D등급'을 맞으면 저성과자로 해고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규모가 제법 큰 기업의 대표이사조차 “3년 동안 평가등급으로 최저등급을 받았다면 해고가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이른바 '삼진아웃제'를 강하게 믿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인사담당자들은 실제로 저성과자 해고가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데 여념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 저성과자 해고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10년 가까이 된 듯하다. 현행 법체계에서 과연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기준으로 허용되는 것인지가 인사노무관리 분야에서 오랜 관심사였다. 시간이 지나며 대법원 판결이 하나둘씩 축적되면서, 바야흐로 우리 사회에서도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다281194 판결,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1두33470 판결 등) 이런 인식의 확산으로 인해, 세 번 최저등급을 받으면 해고할 수 있다는 단순 논법적 이야기가 퍼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편 법원이 저성과자에 해고에 대해 요구하는 기준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비교적 명확하고, 동시에 정교해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는 법적 쟁송이 첨예한 이슈인 만큼, 저성과자의 해고 문제를 전문가적 시각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관리 및 적용상의 유의사항을 충분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시작으로 풍문의 삼진아웃제의 정체에 대해서는, 우선 3개년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최저 등급을 받은 근로자에 대해서는 저성과를 이유로 근로관계 종료를 검토할 수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회사가 성과개선을 위한 노력과 배려를 다했는지,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3년의 최저등급이 해고로 이어진다는 식의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기업은 최저평가가 계속되는 동안의 개선과 노력 관점의 유효한 삼진아웃 기준을 체계화하고 그 기간의 설정도 합리적이고 충분한지 검토해야 한다.
또한, 기업은 근로자에 대한 보호 및 배려의무를 부담하므로, 단순한 결과인 평가 점수보다는 그 과정에 해당 근로자에 대한 성과개선과 환경 조성에 대해 기업이 얼마나 노력하였는가도 정당성 판단에 중요한 척도가 된다. 단순하게 벌판에 던져진 근로자가 알아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 연장선에서, 지속적인 직무 중심의 개선 교육 실시, 부족한 업무 능력에 대한 맞춤형 선임자 배정과 지도, 업무 완화 및 개선 지원, 그리고 개선된 경우 일반 동료들과 다름없는 대우를 적용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때, 기업은 근로자의 직무능력 향상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교육제도와 프로그램이 근로자를 내보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근로자를 육성하고 더 나은 성과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이 인정될 때, 법적 정당성도 함께 담보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의 노력과 작용이 충실히 이루어질 때 비로소 회사의 노력과 배려가 충족되었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다음으로 평가자들의 평가가 객관성과 일관성을 갖고 진행되었는지도 중요한 잣대가 된다. 관련 사례에서는 상당 기간 동안 평가자가 교체되었음에도 평가가 일관되었고, 동일한 문제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된 경우,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긍정적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저성과자 입장에서는 평가자와의 인간적 갈등이나 감정적 요인을 평가 결과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에 평가자들이 다른 피평가자들과 비교하여서도 저성과로 평가되는 근로자에 해당함에 대한 형평성과 객관성이 유지된 평가가 이루어졌음이 기록으로 입증되는지도 상시 체크해 봐야할 지점이다.
성과가 낮다는 것은 절대적일 수도, 혹은 기업문화나 지위 또는 환경 차이로 인해 상대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법적 관점에서 저성과자 해고는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명백히 드러날 정도로 저조한 업무 결과, 그리고 성실의무를 외면할 정도의 개선 노력 미비 등에 이르는 절대적 수준의 ‘개선의 여지가 없는’ 업무능력에 대해 근로관계 종료의 귀책을 근로자에게 있다고 보아 해고를 인정하는 것에 저성과자 해고 법리의 본질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업 현실에서는 ‘3년도 너무 길다’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고 답답해 죽겠다’ ‘저성과자 직원이 계속 있으니 오히려 우수한 친구가 있었는데 도망치듯 사직하고 다른 회사로 갔다’ ‘저성과자와 함께 일하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은 없나’와 같은 근로자간 고충과 갈등이 커지기도 하며, 저성과자를 해고하기까지 긴 시간의 배려와 노력, 그 과정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법적 기준의 엄격한 한계를 넘어서는 충실한 개선 중심의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에는, 배려와 보호의무가 이제는 저성과자가 아닌 다른 근로자들을 위해서라도 작동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진지하게 저성과자 해고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