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같은 방식으로 자율주행트럭 선도하는 마스오토
승용차와는 다른 트럭 자율주행… 라이다 대신 카메라와 AI로 승부
지도 없이 미국 대륙을 건너는 쾌거… 트럭 13대로 한미 유상 운송 중
KAIST 학부생 시절부터 도전… “내년 무인트럭 상용화 선보인다”
트럭은 택시보다 크고 무겁고 빠르다. 승용차 자율주행처럼 50∼80m 앞만 보는 식으로는 안 된다. 박 대표 설명대로 대형트럭은 최소 200∼300m, 길게는 300∼400m 앞을 읽어야 한다. 게다가 짐은 늘 고르게 실리지 않는다. 왼쪽으로 쏠리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사람은 그런 변화를 몸의 감각으로 버티지만, 컴퓨터는 그 감각을 데이터로 배워야 한다.
● 라이다의 길과 카메라의 길
자율주행 기술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라이다와 정밀지도를 먼저 깔아놓고 그 위를 달리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테슬라처럼 카메라와 AI로 사람처럼 보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라이다 방식은 거리와 물체를 정밀하게 읽는 데 유리하고, 특정 구간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구현하기 좋다. 대신 센서와 정밀지도 구축 비용이 비싸고, 새 노선에 들어갈 때마다 지도를 새로 따고 유지보수해야 하므로 장거리나 새로운 노선으로의 확장성이 떨어진다.
마스오토는 이 방식을 통해 라이다와 정밀지도 중심의 기존 방식 대비 10분의 1 미만 비용으로 자율주행을 지향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카메라 방식은 날씨와 빛 변화에 취약하다는 의심을 오래 받아왔다. 하지만 박 대표는 “원래는 사람들이 테슬라 기술에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작년에 무인 주행을 구현하면서 학계와 업계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한때 무모해 보였던 길이, 이제는 가장 확장성 있는 길로 다시 읽히고 있는 셈이다.
● 가장 낡은 산업의 가장 큰 문제
누군가는 자율주행의 미래를 도심의 로보택시에서 찾았지만, 박 대표는 가장 무겁고 가장 오래된 산업인 화물운송으로 들어갔다. 이 분야에 개선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거리 화물운송은 늘 밤과 피로를 끼고 달린다. 한 번 사고가 나면 차량이 망가지는 데서 끝나지 않고 화물 전체가 날아갈 수 있다. 비용 구조도 만만치 않다. 박 대표는 연료비와 인건비가 각각 전체 트럭킹 비용의 4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의 핵심은 단일 신경망 모델이다. 마스넷과 마스파일럿을 통해 하나의 신경망이 대량의 주행 데이터를 학습하고, 인지·판단·제어 등 자율주행 전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구조다. 카메라를 통해 들어온 2D 데이터를 3D처럼 재구성해 AI가 실제 주행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물류사 트럭에서 들어오는 억km 단위 대규모 실주행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모델을 계속 고도화한다. 박 대표가 “AI 모델을 트레이닝하려면 자율주행 데이터로 하면 안 되고, 사람이 운전하는 트럭에 카메라를 달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율주행의 완성도는 센서가 아니라 학습에 달려있다고 본다.
● 한국에서 닦고 미국에서 증명했다
미국 성과는 상징성이 더 크다. 마스오토는 올해 미국 롱비치에서 조지아까지 3379km에 이르는 장거리 자율주행 화물운송 노선을 알렸다. 박 대표는 “자율주행 트럭 회사들 중에 이처럼 긴 노선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거리 기록이 아니다. 한국에서 학습한 AI 모델이 미국 도로에서도 곧바로 주행했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저희가 그때까지 주장하던 걸 실제로 증명하는 기회가 됐다”고 회고했다. 지도를 먼저 깔아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처럼 보고 배우는 방식이어서 가능했던 장면이다.
● 91년생 창업자의 생존 방식박 대표는 자동차 회사 출신이 아니다. KAIST 전산학과를 나와 창업에 뛰어들었고, 하이퍼커넥트에서 일하다가 다시 창업 전선으로 돌아왔다. 공동 창업자와 함께 2017년 회사를 세웠고, 이후 자율주행 트럭이라는 낯선 영역을 버텨 왔다. 그는 “남들이 아무도 못하던 거를 저희가 하는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스오토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을 거점으로 두고 있다. 한국에서 기술을 닦고, 미국에서 시장을 검증하는 구조다. 이 배치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대형 트럭 물류 시장이 훨씬 크고, 텍사스는 자율주행 트럭 테스트와 사업 전개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박 대표가 본사를 미국 체제로 전환한 것도 결국 기술보다 시장이 더 큰 곳으로 가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결과 지금 마스오토는 서울의 개발 역량과 미국 고속도로의 실전 데이터를 동시에 쌓고 있다. 한국의 물류사와 미국의 산업 현장을 한 줄로 묶는다는 점에서, 이 회사의 야심은 단순히 트럭 한 대의 자율주행 성공에 머물지 않는다. 육상 물류 네트워크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쪽에 더 가깝다.
● 2027년 고속도로 위의 예상 장면
마스오토가 지향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2027년 무인 고속도로 화물운송이다. 현재 수행 중인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도 그 방향에 맞춰 설계돼 있다. 국내 대형 물류기업과 기관들이 함께 협업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의 흐름은 데이터와 AI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라이다와 정밀지도에 의존하는 방식이 확장할수록 비용 부담을 키우는 반면, 카메라 중심 AI는 더 많은 데이터와 더 넓은 노선으로 성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고속도로 위 물류산업의 문법을 다시 쓰는 창업자다. 그는 “대형트럭 자율주행을 무인 상용화 단계까지 끌고 가겠다”며 “지금처럼 사람이 탑승한 상태의 보조 주행을 넘어서, 2년 안팎의 타임라인으로 고속도로 중심 무인 자율주행 화물운송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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