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내 결정" 이틀만에 공습…"이란 핵무장 자극할 수도" [美 이란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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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B-2 스텔스기에 벙커버스터를 탑재해 이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포르도를 타격했다. / AFP연합뉴스

미국은 B-2 스텔스기에 벙커버스터를 탑재해 이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포르도를 타격했다.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가까운 시일 내 이란과 협상의 상당한 가능성에 근거해 앞으로 2주 안에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불과 이틀 만인 21일(현지시간) 그가 전격적인 이란 공습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아직 추측이 분분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이란과 외교적으로 협상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독자 공격을 거론하면서 재촉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처음부터 2주를 거론한 것은 연막작전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스라엘처럼 이란 정권교체를 원하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20일 협상 ‘빈손종료’

이란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기습 공격한 이후 지속적으로 일방적인 항복은 없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 17일 “이란 국민들은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투가 시작됐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이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멈춰야만 협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프랑스·영국 외무장관이 지난 20일 저녁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이 협상에 회의적이었다. “이란은 유럽이 아니라 미국과 대화하고 싶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독자공격에 나서겠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를 위시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19일 J D 밴스 미국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의 통화에서 ‘2주는 너무 길다’면서 더 긴급한 조치를 주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없이도 이란 핵시설 전체를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1일 이란의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세 핵 시설을 전격적으로 공습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CFR, IAEA 자료

미국은 21일 이란의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세 핵 시설을 전격적으로 공습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CFR, IAEA 자료

○추가공격 경고…이란 핵무장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이란 공습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이란 공습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발표 후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담화에서 “이란의 핵심 핵 농축 시설은 완전히, 완벽하게 파괴됐다”고 장담했다. 또 “중동의 불량배 이란은 반드시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미래의 공격은 훨씬 크고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직 표적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대부분은 몇 분 만에 제거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메네이의 은신처 등을 함께 겨냥한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미국 CBS뉴스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주 초 하메네이를 제거하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에 반대했다. 또 미국은 이날 외교적 경로를 통해 이란에 ‘이번 공격이 미국이 계획한 전부이며,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공격 결정으로 이란이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나 이 전쟁이 이대로 끝날지 여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더힐은 “중동 지역에 배치된 4만여명의 미군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퇴한 전직 장교 세스 크럼리치 글로벌가디언 부대표는 더힐에 “(이란이)탄도미사일을 쏘면 15분 내에 목표지점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란 외 지역의 미군에 대한 공격은 미국과 해당국가의 개입을 불러일으키고 중동지역 전역으로 전쟁을 확산시킬 수 있다.

국제사회는 확전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미 벼랑 끝에 내몰린 지역에서의 위험한 확전이며, 국제 평화 및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이란이 본격적으로 핵무기 제조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이대로 핵을 포기한다면 성공이겠지만, 지하에서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매우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60기의 핵무기를 보유해서 이제는 ‘공격하기엔 너무 강해진’ 북한의 사례를 이란이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내에서 하메네이 정권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도 변수다. 일부 이란 국민들은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 이후 차라리 이렇게라도 이 정부가 끝나기를 바란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들이 죽어나가는데도 전황을 감추기에만 급급한 정권에 대한 깊은 염증이다. 미국의 정권교체 의지와 별개로 이란 내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변화가 생겨날 수도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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