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도박 특별단속 결과
검거자 47% 이상이 청소년
슬롯 등에 평균 78만원 탕진
경찰이 지난 1년여 동안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을 진행해 1만명에 육박하는 인원을 검거했다. 이들 중 절반에 달하는 인원이 청소년인 것으로 집계되면서 청소년 도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9월 25일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13개월 간 전국 시·도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297개 운영조직과 도박 행위자 9971명을 검거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이 중 267명을 구속하고 도박범죄 수익금 1260억원을 보전했다.
검거된 전체 인원 중 19세 미만 청소년은 4715명으로 전체 47.2%를 차지했다. 경찰은 그간 불법 사이버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고액·상습 도박 행위자를 검거해 왔지만, 청소년 도박 중독의 폐해가 커지자 지난해 9월부터 집중단속 대상을 청소년으로 확대했다.
이번에 검거된 청소년 중 99%인 4672명은 단순 도박행위자였다. 그러나 사이트 운영(16명), 개발·관리(13명), 대포물건 제공(8명), 도박광고(6명) 등 범죄에 깊숙이 가담한 청소년도 상당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17세(1763명)가 38%로 가장 많았고, 16세(1241명) 26%, 18세(899명) 19%, 15세(560명) 12%, 14세(206명) 4% 순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인 13세(37명), 12세(8명), 9세(1명)도 있었다. 성별로는 남학생이 4595명으로 여학생(120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청소년 도박 금액은 총 37억원으로, 1인당 평균액은 78만원꼴이었다. 한 16살 남학생은 카지노 도박 중 하나인 ‘바카라’에 1억9000만원을 걸기도 했다.
청소년이 주로 하는 도박은 바카라(3227명)가 가장 많았다. 슬롯·블랙잭(666명)도 많이 했다. 이밖에 스포츠 도박(535명·11%), 캐주얼게임(287명·6%)에 손을 댄 청소년도 있었다.
도박 유인 경로를 보면 호기심(42.7%)이 가장 높았고, 친구소개(33.6%), 온·오프라인 광고(19.8%), 금전욕심(3.9%) 등이 뒤를 이었다.
경찰은 도박 청소년을 일선 서에 설치된 선도심사위원회에 회부해 범행 정도에 따라 훈방, 즉결심판 청구 또는 송치하고 있다. 아울러 회복 기회를 주기 위해 입건 여부를 불문하고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전문상담기관과 연계한 치유 및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경찰은 청소년 검거 인원 중 37%인 1733명을 전문상담기관으로 연계했다. 또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도박 특별단속 기간을 내년 10월 31일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사이버 도박은 청소년의 신체적·정서적 발달을 저해하는 만큼 처음부터 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장된 특별단속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우수 공적자에게는 특진 등 포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