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앨범 ‘20’ 낸 조용필 단독 콘서트
영원한 ‘오빠부대’ 남녀노소 객석 가득차
“이 나이에 나만큼 할 수 있겠어?” 자신감
무대위 직접 음향 조율하며 ‘완벽’ 가창력
130분 동안 무대 지켜 관객 호응도 최고조
다음달까지 서울·대구·부산서 투어 이어가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지만, 함께 흘러온 ‘가왕’ 조용필(74)의 노래는 시간을 뛰어넘어 시절과 시절을 이어준다. 지난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그의 마지막 정규음반 ‘20’ 발매 기념 콘서트 ‘조용필&위대한탄생-서울’은 전자 타이머 사이에 한국 대중음악사에 아로새겨진 명곡 목록을 초대형 전광판에 보여주며 막을 올렸다. 지금 무대 위에 올라 있는 그의 뒷모습과 함께였다.
조용필은 와인색 자켓과 검은 바지, 흰 운동화와 짙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양손을 활짝 펼치며 등장했다. 1980년대 히트곡 ‘아시아의 불꽃’을 시작으로 20여 분 동안 ‘자존심’ ‘물망초’ ‘나는 너 좋아’ ‘그대를 사랑해’를 20여 분 동안 쉼 없이 부르고 나서야 첫 인사를 건넸다. “저한테는 아직도 ‘오빠’ ‘용필이 형’이라고들 그런다. 이 나이에 (이렇게 불리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라”는 자신감에 관객들은 환호로 답했다. 원조 ‘오빠부대’답게 가득 찬 1만 객석은 공연 막이 오르기 전부터 ‘조용필’을 연호했다. ‘땡큐 조용필’ ‘오빠는 나의 빛’ 등 플래카드가 넘실댔다. ‘형~ 사랑해!’라는 카드를 든 중년 남성이나 ‘삼촌 저 또 왔어요, 아프지 마세요’라는 글귀를 적어 온 어린이 관객도 있었다.
무대 장악력 역시 건재했다. 성대를 조였다 풀며 정확한 음정만 냈고, 엄청난 성량을 자랑했다. 오랜만에 라이브로 선보였다는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저음의 내레이션을 읊다가 곧바로 고음을 노래를 내지르는 ‘킬리만자로의 표범’, 호소력 짙은 발라드 ‘창밖의 여자’ 등에서 특유의 미성 음색이 빛났다. 구성진 트로트 선율이 흐르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지말라고’, 하드록 스타일의 ‘그대여’ ‘미지의 세계’ 등 장르도 넘나들었다. ‘난 아니야’ ‘남겨진 자의 고독’ ‘기다리는 아픔’ 등 추억의 노래도 1절씩 부르며 최대한 많은 곡을 들려주려는 듯했다. 관객 떼창과 함께 공연장 분위기는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했다.
지난달 발매한 정규 20집 ‘20’ 타이틀곡 ‘그래도 돼’의 라이브도 처음 선보였다. 웅장한 팝 록 장르에 ‘힘이 들 때면 쉬어가도 돼’라는 가사가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앞서 이번 음반에 대해 “앨범으로서는 마지막”이라고 선언했던 만큼 이날 무대에서도 짧은 소회를 밝혔다.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사실 10집을 1, 2로 나눠 냈으니 스물한 장입니다. 1980년을 1집으로 세기 전에도 앨범을 냈었죠. 하여튼 아쉽게도 스무 번째로 끝났지만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보통 대중가수 콘서트에선 곡 중간에 대화를 나누거나 영상을 보여주며 휴식 시간을 확보한다. 그러나 조용필과 그의 전속밴드 위대한탄생은 오로지 관객을 위해 존재했다. 130분 동안 단 한 번도 무대를 떠나지 않고 두 발로 서서 노래하고 연주했다. 조용필은 무대 중앙에 이퀄라이저(음향 조정 기계)를 두고 수시로 소리를 조율했다.
가사를 틀리거나 간주 중에 노래하는 작은 실수에는 노련하게 대처했다. 그는 “곡을 많이 하다 보면 가사를 잊어먹기도 한다. ‘쏘리쏘리’ 했습니다”라고 먼저 관객에게 이실직고하는가 하면, 떼창을 부르는 관객들에게 “오늘 노래 많이 하셨죠? 그건 많이 한 것도 아녜요. 내 나이에 할 수 있겠어?”라고 농담도 던졌다.
공연 후반부에는 ‘모나리자’ ‘여행을 떠나요’ 등 신나는 노래들을 연달아 9곡 불렀다. 앙코르로 ‘추억 속의 재회’ ‘꿈’ ‘바운스’까지 세 곡을 더 들려준 조용필은 그제야 “감사합니다”라는 담백한 끝인사를 남기고 무대를 떠났다. 그는 서울에서 이달 23, 24일, 30일과 12월 1일까지 총 4회 공연을 열며, 다음 달 21일 대구, 28일 부산 공연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