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척’은 부모보다 자식이 먼저 죽는 일을 뜻한다. 참혹한(慘) 근심(慽)으로 이뤄진 이 단어는, 단지 죽음의 고통을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 부모가 자녀보다 먼저 떠나는 시간의 질서를 역행해서다.
이 세계가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참척의 고통을 강화한다.
그런데 인공지능(AI) 시대에 자식과 똑같은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한다면 이 슬픔은 조금은 옅어질 수 있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상자 속의 양’이 붙드는 질문이다.
올해 프랑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진출했던 영화 ‘상자 속의 양’이 10일 개봉한다. ‘상자 속의 양’을 미리 살펴봤다.
줄거리는 이렇다. 중심인물은 엄마 오토네와 남편 겐스케다. 부부는 7세 소년 카케루를 2년 전 잃고 말았다. 두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지만, 슬픔은 가슴 속에 묻은 채로 살아간다.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오토네는 ‘REbirth’란 회사를 통해 AI 로봇을 구매하기로 결정한다. 이 회사는 소년 소녀의 사진, 동영상, 기록물을 주면 외형과 성격이 똑같은 AI 로봇을 배송해준다. ‘내 아이와 똑같이 생긴, 그리고 스스로 사유하는 가전 제품’인 셈.
일본엔 이런 AI 휴머노이드 소년·소녀 3000대가 작동 중이었다. 오토네는 ‘로봇 카케루’에게 빠져들고, 아들 카케루가 살아 있었다면 경험했을 일상을 영위한다. 가령 로봇 카케루가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거나, 밝은 햇살 아래 심긴 나무를 보며 웃음 짓는 순간들. 하지만 남편 겐스케는 로봇 카케루가 탐탁지 않다. 그에게 로봇 카케루는 ‘사람처럼 생긴 다마고치’에 불과했다.
파도가 뒤집히듯 평온이 깨진다. 한 남성이 놀이터를 찾아오고, 로봇 카케루가 그 남자와 함께 ‘자신들만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오토네가 봐버린 것. 로봇 카케루는 심지어 인간 카케루가 경험한 적인 없던 일을 두 사람에게 발설한다. 이 때문에 죽은 아들을 꼭 닮은 로봇이 과연 진짜 아들의 빈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가란 논쟁으로 이어진다. ‘세 가족’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영화 제목이 ‘상자 속의 양’인 이유는 극중 오토네가 로봇 카케루에게 읽어주는 책 ‘어린 왕자’와 관련이 깊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화자가 그려준 양이 마음에 들지 않자, 구멍을 뚫은 상자를 그려주는 대목이 나온다.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상자 안에 있어”라는 문장 말이다. 이 장면은 훗날 작품의 핵심 문장인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깨달음으로 연결된다. 오토네는 아들 카케루를 로봇으로 재연해 눈앞에 두는 게 옳았을까. 마음의 상자 속에 넣어두고, 먼곳으로 떠난 아들을 상상하는 게 옳지 않았을까. 영화는 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거장 중의 거장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사랑했던 관객이라면 그가 그려낸 ‘미래의 인간’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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