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선박 발주량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3년 동안 친환경 선박 발주가 쏟아져 추가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선가마저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선사들이 발주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일감이 차있는 2028년까지는 괜찮지만 이후엔 장기 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592만 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t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발주량(7353만 CGT)의 21.7%에 불과하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발주량이 3000만 CGT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발주량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한국 조선사들의 최대 먹거리인 친환경 선박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LNG 운반선 발주량은 올해 1~5월 66만7192 CGT다. 지난해 766만9647 CGT의 10%도 안되는 수치다. 척수 기준으로는 18척으로 작년 전체 수주량(93척)의 19.4%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정점을 지나 조금씩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이번 슈퍼사이클은 2021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 정도 지속된 지난 슈퍼사이클보다 2년 짧은 수준이다.
수주 절벽의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물동량이 위축된 데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발주한 선박들이 최근 쏟아져 나오며 선박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박 가격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지난달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186.69로 2021년 평균 153.63보다 21.5% 높다. 역대 최고치인 2008년 9월(191.6)과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이 낮은 데다 배 가격까지 비싸 선주들이 배를 추가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며 "다만 이런 현상이 초호황을 의미하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