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어머니 모신 대가로 받은 재산, 나눌 필요 없어”… ‘효도의 가치’ 인정한 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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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전 이부동생에 준 돈
어머니 사후 “유류분 달라” 소송
1, 2심 언니에 유류분 지급 판결
대법, 원심 깨고 사건 돌려보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장기간 부모를 부양한 자식이 그 대가로 홀로 상속받은 재산은 다른 형제자매에게 나눠줄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언니 박모 씨가 자신의 이부동생 신모 씨를 상대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나눠 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박 씨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동생 신 씨는 27년간 어머니를 부양하면서 요양병원비, 휴대전화 요금 등을 대신 내왔다. 신 씨 어머니는 2016년 목돈 약 1억9800만 원이 생기자 이를 신 씨 계좌로 이체해 줬고, 2022년 사망했다. 사망 당시 어머니가 남긴 재산은 예금 31만 원이 전부였다. 이 돈은 박 씨와 신 씨를 비롯한 세 자녀가 함께 물려받았다.

박 씨는 “2016년 어머니가 동생에게 준 1억9800만 원 중 내 몫의 유류분을 달라”며 2023년 소송을 제기했다. 유류분이란 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족 모두가 재산을 물려받도록 각자에게 최소한의 몫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장남 위주의 유산 분배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른바 ‘패륜 가족’에게도 무조건적인 상속이 인정되는 부작용이 있어 헌법재판소가 2024년 4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에 따라 기계적으로 상속 재산을 나눌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개정된 법안이 올 3월부터 시행됐는데 이 법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부터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 2심 선고는 모두 신 씨가 어머니를 부양했던 기여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민법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긴 했지만 법 개정 전까지 (옛 법이) 계속 적용되도록 했다”며 동생 신 씨가 박 씨 몫 유류분인 2500만 원가량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특히 대법원은 헌재 결정 당시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던 사건이라면 2024년 4월 25일 이전에 이뤄진 상속이라도 개정법이 소급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예전의 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27년간 부모를 보살핀 효도의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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