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닮았다. 각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데다 다국적 컨테이너가 오가는 항만부터 관광객이 찾는 해수욕장까지 바다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닮은꼴인 부산과 바르셀로나의 공통점이 또 하나 생겼다. 바르셀로나에서 선보여온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축제 ‘루프 페스티벌’이 ‘루프랩 부산’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면서다. 지금 부산은 어딜 가나 번쩍이는 예술의 도시. 아트부산과 함께 들러야 할 장소를 짚어 봤다.
루프랩은 4월부터 6월까지 부산 전역에서 펼쳐진다. 미디어아트라는 ‘고리(Loop)’에 서로를 엮은 것처럼 공립 미술관부터 상업화랑, 대안공간까지 서로 섞이지 않을 것 같은 곳들이 서로 연대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루프랩은 26개 공간에서 진행 중이다. 눈여겨볼 곳은 아트부산이 열리는 벡스코 인근 부산시립미술관의 야외 조각공원. ‘디지털 서브컬처’라는 이름으로 28개국 45명의 크리에이터가 만든 영상 작품이 LED 디스플레이로 상영되는데, 미디어아트의 본질을 꿰뚫는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며 “고급예술과 서브컬처의 경계를 지우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옛 부산시장 관사였다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이는 남천동 도모헌에선 ‘무빙 온 아시아’란 이름으로 보다 정석적인 미디어아트 전시를 열고 있다. 아시아 예술가 27명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영화의전당에서도 같은 전시를 만날 수 있다. 망미동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선 ‘미디어아트 선구자’ 토니 아워슬러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펼쳐진다.
부산을 대표하는 상업화랑에선 거장들의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망미동 국제갤러리 부산은 블루스와 막걸리의 묘한 페어링이 돋보이는 정연두의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을 시작했고,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자리 잡은 조현화랑은 지난해 리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으로 주목받은 필립 파레노의 전시를 6월 1일까지 연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