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삼대청'(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이 잠깐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후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은 것을 봤잖아요. 규제 적용받지 않는 경매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사진·48)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한 이후 경매 시장에 수요가 쏠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부터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기존엔 강남 일부 동(洞)을 중심으로 규제가 적용됐지만 약 35일간 규제가 해제된 시점 집값 폭등이라는 결과가 나타나자 구(區)가 통째로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이들 4개구 내에 있는 약 40만가구의 아파트를 살 때는 해당 자치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거주를 하는 조건으로만 집을 매수할 수 있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불가능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지정된 후 이들 지역 내에서 나오는 경매 물건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매 물건은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서다.
이주현 전문위원은 "경매는 채권, 채무 관계를 해결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제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이를 소급해서 적용한다는 것은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경매 물건이 규제를 비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규제 지역 내에서 나온 경매 물건엔 많은 투자자가 몰렸다.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우성'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 전용면적 131㎡(12층)는 지난달 31일 감정가 25억4000만원의 125.1%인 31억7640만원에 낙찰됐다. 이 단지의 직전 최고가는 28억7500만원이었는데 경매를 통해 신고가를 경신한 셈이다.
지난 1일엔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가 낙찰됐다. 기존 감정가는 51억원이었지만 한 차례 유찰돼 40억8000만원까지 내렸던 이 면적대는 50명이 입찰했고, 최저 입찰가보다 10억원이 더 높은 51억2999만원에 낙찰됐다.
이 전문위원은 "투자자들은 이미 지난 2월 잠삼대청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집값이 빠르게 치솟은 상황을 학습했다"며 "대체로 투자자들은 이미 여러 가구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 지역 내에선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 프리미엄이 붙어도 각자의 수익률 등을 따져 시세보다 수억원이 비싸도 물건을 낙찰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시장에서 '경매 물건'이라고 하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오히려 국가가 나서서 진행하는 절차기 때문에 사기 등 위험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일반 사람들이 경매 물건이 위험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이 있어서다"고 답했다.
다만 경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유의할 점이 있다.
이 위원은 "경매 물건을 살펴볼 때는 해당 물건에 어떤 권리들이 얽혀있는지를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며 "권리분석을 잘못한다면 물건을 양호한 가격에 낙찰받고도 세입자 등에 내줘야 할 돈이 더 크다는 등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찰 가격의 적정성도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정부가 찍어둔 투자처'라고는 하지만 향후 이들 지역 내 모든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대출 규제까지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해진 기간 내 잔금을 모두 납부해야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남권 경매 시장은 들썩이고 있지만 서울 전반으로 넓혀서 살펴보면 냉랭한 상황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낙찰가율은 전월보다 5.7%포인트 상승한 97.5%를 기록해 2022년 6월(110%)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72건으로 전월(253건)에 비해 약 32% 감소했다. 낙찰률도 41.9%로 전월(42.7%)보다 0.8%포인트 내렸다.
이 위원은 "강남권을 중심으로는 경매가 취하하거나 유예되는 사례가 나오는 등 부동산 상승장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다만 수요가 적은 서울 외곽 지역의 경우엔 경매에 나와도 유찰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경매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서울 외곽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실수요자라면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집을 매수할 기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전문위원은 지지옥션에서 각종 경·공매 데이터 등을 분석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발전위원회 자문위원도 겸하고 있다. 지지옥션 경매 상담사례 100선 등 저서를 내기도 했고 부동산 경매 칼럼니스트로 각종 매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