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대가 높은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대표가 젊다 보니 ‘쟤 빼라’는 말을 면전에서 듣기도 했습니다. 나이를 넘어설 수 있는 건 결국 기술력뿐이라고 믿었습니다."
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는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딥러닝은 복잡한 문서를 인식·분석해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지난해 연매출 30억원대를 기록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창업해 대놓고 무시당하는 경험을 계속해서 겪었지만, 그런 경험 자체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작은 시련에도 쉽게 좌절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이해 기반한 문서 인식 기술에 특화"
김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19세 때 애플 에어팟 출시 시기에 맞춰 케이스를 판매해 억대 매출을 올린 경험도 있다. 이후 경희대에 재학 중이던 2019년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AI 열풍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는데, 그때가 아니면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 같다는 위기감이 컸다”며 “3년만 늦었어도 지금의 한국딥러닝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이전에는 글로벌 스타트업의 해외 지사에서 근무하며 시장 경험을 쌓았다. 그는 “해외에서 스타트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장을 어떻게 개척하는지를 직접 배웠다”며 “그 경험이 지금 사업을 운영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딥러닝은 첫 고객인 우체국을 시작으로 입소문을 타며 고객 기반을 넓혀왔다. 현재는 경기도청, KT 등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을 포함해 80여 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올해 1월에는 영업 조직을 신설하며 기술 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또 그동안 금융 업무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면, 앞으로는 제조 공정 등 다양한 산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달에는 단순 문서 인식을 넘어 내용 해석과 판단까지 수행하는 AI ‘딥에이전트’를 출시했다. 월 10만원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버전도 함께 내놓으며 접근성을 높였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데이터 규모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을 이기기 어렵지만, 업무 흐름 전체를 설계하는 것은 고객과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딥러닝 자체 시험에 따르면 자사 AI의 문서 구조 재구성 정확도는 97.9%로, 구글 ‘제미나이 3’의 74.2%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싱가포르 진출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글로벌 매출 5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업은 모든 것을 거는 일…낭만은 없어"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김 대표는 "요즘 창업을 많이 장려하고 있지만, 창업을 낭만적으로만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창업은 단순히 아이디어만으로 도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와 자산, 시간까지 모두 베팅하는 것”이라며 “가족과의 시간조차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창업 이후 학업을 병행하지 못해 대학에서 제적을 당하기 직전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청년 창업을 적극 권장했다. 그는 “망하더라도 잃을 것이 상대적으로 적고,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은 매우 값지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를 지탱하는 원동력으로 ‘언더독 서바이벌’ 정신을 꼽았다. 김 대표는 "우리는 투자금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살아남는 방식에 익숙한 팀"이라며고 말했다. 그는 "안 되는 프로젝트도 어떻게든 살려내는 집요함이 강점"이라며 "경쟁사가 실패한 영역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내며 입소문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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