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상장사 ESG 의무 공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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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8 ⓒ뉴스1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8 ⓒ뉴스1
자산이 10조 원 이상인 상장사 100여 곳은 2028년부터 기후 변화에 따른 경영 위험이나 탄소 배출량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정보를 반드시 사업 보고서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상장사의 종속회사까지 포함하면 약 300곳이 이 제도를 적용받는다. 투자자들이 기후 변화와 각종 환경 규제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기업들은 기후 관련 정보가 예측치에 기반한 경우가 많은 만큼 허위 공시를 하게 돼 법을 위반할 위험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협력 기업의 탄소 배출량도 공시해야

8일 정부와 여당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8년부터 연결 자산이 10조 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금융당국이 올해 2월 발표한 초안에는 자산이 30조 원 이상인 기업(약 57곳)이 의무 공시 대상이었지만, 최종안에서 자산 10조 원 이상으로 기준이 낮아지면서 상장사 약 107곳이 이 규제를 받게 됐다. 자회사 같은 종속기업까지 포함하면 291곳이 영향권에 든다.

금융당국은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기준 등을 참고해 한국형 공시 기준을 연내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의무화된 분야는 ‘기후 공시’로, 기업들은 기후 변화에 따라 어떤 위험과 기회가 있는지, 사업모형과 공급망으로 엮인 가치사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야 한다.

예를 들어 음료 회사가 물이 부족한 지역에 제조공장을 지으려 한다면, 이 지역에서 물을 많이 끌어 썼을 때 기업 평판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할 수 있다. 식품 회사는 해외 원재료 생산지의 작황 부진을 파악해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음을 미리 알려야 한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도 공시해야 한다. 투자자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길 변화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기업의 직·간접적인 배출량(스코프 1·2) 뿐아니라 협력사 등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배출량(스코프 3)까지 모두 산출해 담아야 한다. 다만 스코프 3의 경우 데이터 관리 및 가공 역량이 부족한 중소 협력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3년간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재계 “법적 리스크가 기업 부담 가중”

재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는 7일 공동성명을 통해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의 필요성과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기업들이 공시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자율공시 단계 없이 곧바로 법정 공시로 도입되면 법적 리스크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규정을 위반해도 제재금·벌점 부과에 그치는 거래소 자율공시와 달리 법정공시는 어기면 과징금을 내거나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처럼 예측이나 추정치로 채워지는 정보가 많다 보니 결국 이 정보들이 허위 공시로 판단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주회사가 종속회사에 ESG 정보를 요구하는 과정이 경영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 역시 개선해야 할 과제다.

금융당국은 규제 도입에 따른 기업 혼란을 줄이기 위해 초기 3년간은 ESG 공시에 담긴 정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책임과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포괄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유예기간이 지난 뒤에도 불확실성이 큰 미래 전망치나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제3자 정보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제해 주는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이를 악용한 고의적인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에 대해서는 당국이 직접 손해배상 및 행정책임을 묻는 등 엄하게 다스린다는 계획이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ESG 공시는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장치이지만 기업에도 기회 요인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투자 매력과 자금 조달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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