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년사진 no. 94
● 새해 인사, 어떤 이미지를 보내셨나요?여러분은 2025년 새해 인사를 전하면서 어떤 이미지를 함께 보내셨나요? 이모티콘, 해돋이 사진, 뱀 그림, 혹은 AI로 제작한 이미지를 사용하셨나요? 요즘은 보기 힘든 광경을 하나 소개합니다.
지난주 퇴직을 앞둔 선배의 책상 위에 한 장의 연하장이 도착했습니다.
우편엽서 뒷면에 정성과 독창성이 담긴 붓글씨와 그림이 어우러진 연하장이었고, ‘을사년 첫날을 기념한다’는 인사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인스턴트식 새해 인사가 주류인 요즘, 400원이라고 인쇄된 엽서 가격과 직접 쓴 손글씨는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하장의 이미지는 새해 인사의 일부입니다. 문자 메시지에 첨부하는 산수화 느낌의 이미지나 십장생 그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가 들어간 이미지를 보내는 모습이 그 연장선입니다. 그러나 과거엔 이런 그림이 인쇄된 엽서나 8페이지짜리 편지로, 종이에 정성껏 손글씨를 써서 존경하는 분들에게 보내곤 했습니다.
연하장은 우체국과 집배원을 거쳐야 전달되는 만큼, 12월 26~27일 즈음에는 미리 우체통에 넣어야 했습니다.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는 정성과 번거로움이 필요했던 인사법이었습니다. 때를 놓치면 새해 인사를 건네지 못한 셈이 되니까요.
● 100년 전, 연하장 200만 장이 유통되었다고 합니다
1925년 1월 2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당시 경성의 다섯 개 우체국에서만 하루에 160만 장의 연하장이 배달되었습니다.2백만의 연하장(年賀狀)
어제 아침 첫 회 배달 양이
부내 5국(局)에 165만 장
어제 아침 첫 회 우편으로 시내 각처에 배달된 연하장의 총 숫자를 듣건데, 경성작일 아침 제 일회 우편으로 시내 각처에 배달된 연하장의 총 수효를 듣건데, 경성(京城)우편국에 84만, 광화문(光化門)에 41만1천5백14장, 남대문(南大門)에 39만, 서대문(西大門)에 8만2천4백35, 룡산(龍山)에 23만2천4백60장. 다섯 군데를 합하면 모두 1백6십3만2천4백60장이나 된다는데 이것도 어제 아침 첫 회로 배달한 것이므로 올해 경성 시내에 떨어질 연하장은 2백만장이 넘을 터이더라.
집배원들은 평소의 몇 배나 되는 우편물을 배달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 모습이 담긴 사진은 오늘날엔 보기 힘든 장면이 되었습니다.
100년 전 신문에 실린 집배원 사진을 보며, 손편지로 전하던 따뜻한 새해 인사를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100년 전 신문에 실린 집배원 사진에서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연하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동아일보 DB 사진 몇 장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독자 여러분! 근하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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