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써도 못 산다?” 이지스운용 인수전, 최대 변수 ‘금융위 심사’

5 hours ago 1

이 기사는 2025년12월04일 17시1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이 막판 변수에 부딪혔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추가로 가격을 높여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유력하게 떠올랐지만, 정작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초 목표는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었지만, 이해관계자가 여럿인데다 금융당국 심사 절차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실무적으로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 여의도 이지스자산운용 본사 (사진=이지스자산운용)

힐하우스, 인수가 1조대 제시…'승자의 저주' 우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에서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에 참여해 본입찰 가격(9000억대 중반)보다 높은 약 1조1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레시브 딜'이란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제시해 본입찰을 통과한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다시 가격 경쟁을 붙여 매각 가격을 높이는 입찰 방식을 말한다.

최종 낙찰자가 나올 때까지 입찰 기한을 두지 않고 가격 경쟁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경매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흔히 경매 호가 입찰이라고 불린다.

다만 이로 인해 과열 경쟁이 벌어져 인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낙찰자가 '승자의 저주'를 겪을 위험이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 공사비 상승,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 등 핵심 인력 이탈 등을 고려하면 인수가가 너무 높아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매각 대상 지분은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포함 약 98%다. 당초에는 최대주주 손화자 씨와 재무적투자자(FI) 지분 등 약 70%가 대상이었지만, 소액주주까지 대거 매각에 참여하면서 지분 규모가 크게 늘었다.

이는 소액주주들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매각 창구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주요 주주는 △손화자(12.40%) △지에프인베스트먼트(9.90%) △대신증권(9.13%) △우미글로벌(9.08%) △금성백조주택(8.59%) △현대차증권(6.59%) △한국토지신탁(5.31%) △태영건설(5.17%) 등이며, 이들의 합산 지분율은 66.17%다.

손화자 씨와 동반매도권(태그얼롱)을 보유한 주주는 현대차증권·한국토지신탁·우리은행 등이다. 소액주주 지분율은 지난 6월 기준 5.84% 수준이다.

(사진=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

연내 계약체결 '불투명'…조건 따라 지분 바뀔 수도

매각 주관사는 이번주 안으로 우선협상대상자(우협)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힐하우스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가 인수·합병(M&A)으로 주인이 바뀔 때는 반드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사에서는 △재무건전성 △사회적 신용 △경영적합성 △출자구조 투명성 △조세회피 목적 여부 등이 광범위하게 검토된다. 승인에 미달하면 주식 취득 자체가 막혀 딜 종결(클로징)은 불가능해진다.

승인받지 않고 대주주가 될 경우 주식 취득이 금지될 수 있다.

현행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1의2는 대주주를 △금융기관 △기금 △내국법인 △내국개인 △외국법인 △외국개인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등으로 구분해 각각 다른 심사 요건을 적용한다.

최근 쿠팡 사태가 중국 국적을 가진 내부 직원 출신의 정보 유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이 중국계 자본에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힐하우스가 이번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는다 해도 최종 인수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매각 참여자 수가 많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과정에서 지분 구성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일부 주주들은 “최종 계약 조건을 보고 매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연내 마무리하지 못하고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은 복잡한 이해관계와 금융당국 심사라는 이중 난제가 있어 연내 SPA 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힐하우스가 우협이 되더라도 심사를 통과해야 실제 인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힐하우스는 중국계 투자자 장레이가 2005년 설립한 글로벌 사모펀드다. 싱가포르 본사를 중심으로 홍콩·베이징·상하이·뉴욕·런던 등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대표 투자 사례로는 텐센트 초기 지분 투자,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JD닷컴(징동닷컴), 싱가포르 소재 물류 창고 운영업체 글로벌 로지스틱스 프로퍼티스(GLP), 일본식 소매업체 미니소,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 등이 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