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이익은 어떻게 나눠야 할 것인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재투자’, 투자자를 위한 배당 등 ‘주주 환원 확대’ 그리고 노동의 가치에 대한 ‘성과 보상(임직원)’. 이 세 축 사이에서 각각의 적정한 몫은 어느 정도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노사 간 ‘돈 싸움’을 넘어 한국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과 맞물린 화두로 부상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23일 경기 평택캠퍼스에서 3만7000여 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올해 기준 약 45조원에 이른다. 1인당 6억원 정도다. 나아가 상한선도 폐지해달라고 한다.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하게 보면 15%를 직원들에게 주고, 나머지 85% 재원으로 투자도 하고 배당도 하면 된다. 하지만 계산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우선 내부 생태계의 문제다. 삼성전자는 TV와 휴대폰, 반도체 부문이 공존하는 복합기업이다. 한 부문이 어려우면 다른 부문이 돈을 벌어 투자한다. 1990년대 TV와 가전 사업이, 2010년대에는 스마트폰 부문이 벌어들인 돈을 대거 반도체에 투자했다. 이런 ‘내부 생태계’가 있어 최근 10년간 매년 50조원의 투자가 가능했다. 올해 큰돈을 번다고 반도체 부문 직원에게만 수억원의 성과급을 주는 것이 타당하냐는 질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문제는 경쟁 환경이다. 삼성전자가 올해와 내년 큰돈을 벌어들이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산업의 사이클이다. 이 사이클이 끝나면 언제 다시 생존을 다퉈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지 모른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직원과 주주들에 대한 적정한 보상과 함께 제대로 된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9년 일본의 소재 부품 수출 금지 조치로 어려움에 처했다. 삼성은 국내 생태계 구축에 소홀했음을 반성하고, 협력사 육성에 나섰다. 대표적 사례가 후공정 파트너사인 SFA반도체다. 이 회사에 임직원을 보내 고난도 패키징 기술을 전수하고 물량을 안정적으로 배정했다. 그렇게 후공정 생태계의 자생력을 키웠다.
이 같은 장기간의 투자와 생태계 구축 노력이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한 원동력이 됐다. 주주 회사 직원 그리고 생태계 구축, 이 가운데서 삼성전자는 이익 배분의 황금비율을 찾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삼전 이익은 K반도체 생태계 성과…"AI 패권 지킬 방파제 쌓아야"
내부 보상으로 '휘발'시키기보다, 취약한 반도체 생태계 육성할 때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에는 성과급 산정의 불투명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신이 낸 성과가 어떤 산식에 따라 보상으로 이어지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인재 확보와 유지를 위해 삼성전자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특히 젊은 핵심 인재를 미국 실리콘밸리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예측할 수 있는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성과급 배분의 ‘균형’과 ‘사회적 용인’이다. 성과급은 주주와 회사 미래를 잠식하지 않는 범위에서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성과급으로 예상 연간 영업이익(300조원)의 15%인 45조원을 달라는 노조 요구는 과도하다는 비판에 맞닥뜨리고 있다. 로봇과 냉난방공조, 바이오 같은 신사업으로 흘러가야 할 성장 씨앗을 가로채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배분의 균형점 찾아야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제 ‘성숙기’를 지나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는 ‘재도약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초적 목표는 주주가치 제고다. 기업 성과가 단순히 내부 보상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 투자와 주주환원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1400만 명에 육박하는 ‘국민 주주’ 자본으로 움직이는 기업이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건 기업의 기본 책임이자 의무다.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과 고대역폭메모리(HBM)4 등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십조원의 연구개발(R&D) 실탄을 유보금으로 쌓는 것 또한 주주가치를 지키는 길이다.
미국계 스타트업 대표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선두 테크기업으로서는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현금으로 나눠준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보상하더라도 스톡옵션 등 주식으로 지급해 기업가치와 성과 보상이 같이 가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 구글처럼 미래 기술 투자할 때
삼성전자가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선 이익 배분 시야를 담장 밖으로 넓혀야 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글로벌 기술 제국 구글은 이익의 상당 부분을 성과급으로 소진하기보다 ‘구글벤처스’를 통해 전 세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이는 자본을 불리는 투자를 넘어 구글을 정점으로 한 기술 생태계를 장악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2013년 구글이 우버에 투자해 모빌리티 시장 패권을 쥐고, 2024년 스마트홈 기업 네스트에 투자해 사물인터넷(IoT) 시장 표준을 선점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도 내부 ‘돈 잔치’ 논란에 매몰될 때가 아니다. 국내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에 대한 지분 투자와 R&D 지원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는 업계 안팎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협력사의 기술 자생력이 곧 삼성전자 공급망의 안정성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병훈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의 지금 성과는 기술 우위보다 AI발 메모리 수요 폭등에 따른 운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며 “여유 자금이 있을 때 팹리스 등의 지분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은 선명하다. 막대한 영업이익은 신뢰를 잃지 않는 합리적 수준에서 회사(미래 투자)와 주주(배당), 직원(연봉과 성과급)에게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 이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가 일궈낸 반도체 신화는 과거 영광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지금은 파업을 통한 ‘이익 나눠 먹기’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한 ‘미래 투자’로 시선을 돌려야 할 때다. 그래야 삼성전자의 지속적 성장과 안정적 고용 유지, 주주환원 등을 위한 반도체 생태계의 압도적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 그게 ‘반도체의 나라’가 살길이다.
김채연/강해령/안대규/원종환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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