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한 데 가고 싶지 않아요. 우리끼리만 조용히 쉬고 싶어서요." 한 고급 리조트 회원권을 구입한 30대 스타트업 대표는 이 같이 말했다. 그가 선택한 상품은 1~2억원짜리 회원권이다. 억대 회원권 구매자는 은퇴한 자산가 등 장년~노년층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최근 들어선 이 같이 젊은층이 고가의 회원권을 찾는 사례가 뚜렷이 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초고가 리조트 회원권 시장에 젊은 층 유입이 늘고 있다. 이랜드파크가 분양 중인 그랜드 켄싱턴 회원권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2030세대 비중이 전체의 33%에 달했다. 40대까지 포함하면 50대 미만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48%). 예상밖의 수치다.
이랜드 파크 관계자는 "가장 저렴한 회원권부터 팔릴 줄 알았는데 큰 객실부터 완판됐다. 또 예상과 달리 2030세대 유입이 많았다"고 말했다.
구매자들은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비교하면 회원권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랜드 켄싱턴 버틀러 직원에 따르면 일부 구매자들은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이 25억~30억원 수준인데 1~2억원 회원권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며 "10년 뒤 입회금 전액 반환 조건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소비"라고 했다.
회원권 구매 목적도 선물이나 증여보다 본인을 위한 소비 성격이 강했다. 딩크족이거나 자녀가 많지 않은 가구가 상당수를 차지했고, 사람 많은 곳보다 가까운 사람들과 조용히 쉬고 싶다는 수요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직업군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가 주를 이뤘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여행 전문 매체 스키프트에 따르면 2024년 아시아 지역 멤버십 프로그램 클럽 윈덤 아시아 이용자 가운데 MZ(밀레니얼+Z)세대 비중은 2023년 53%에서 2024년 60%로 늘었다. 고가 리조트 멤버십 사용자 가운데 젊은층이 절반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전통적으로 리조트 회원권 시장은 50~60대 자산가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은퇴 후 여가를 즐기거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시장에 유입되는 젊은 고객들은 투자 가치와 함께 프라이버시, 차별화된 휴식 경험,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보다 경험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회원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에선 업계 전반의 구조적 흐름으로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의 유입이 유의미한 수치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최고급 상품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해외 럭셔리 여행 경험이 많은 2030세대가 국내 최고급 리조트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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